'생일'에 해당되는 글 6건

  1. 생일 2014/10/14
  2. 율이 첫돌 2010/02/27
  3. 두 번째 생일 2007/10/29
  4. M6 열일곱 번째 롤 2007/10/19
  5. 편지 2007/08/22
  6. 만 세 살 5 2006/09/29

생일

from text 2014/10/14 17:03
단번에 무너질 줄 몰랐다. 그렇게 저릴 가슴이 남아 있는 줄 몰랐다. 겨우 지탱하고 있었던 게다. 어린 시절 그때처럼 한 번쯤 돌아봐 주기를 기다리며 오래도록 뒷모습을 지켜보았다. 늘 아른거리던 것이 신기루 마냥 나타났다 사라졌다. 밤새 어느 구석에 적어 놓은 문장 하나가 맴돌았다.

일터의 웃어른께서 영면에 드셨다. 생전의 영상을 보며 몇 번이나 울컥하였다. 더 좋은 세상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여기 시름은 다 내려놓고 편히 가셨으리라 믿는다. 서연이는 처음으로 제 용돈을 모아 향수를 선물했다. 카드에 쓴 '아버지를 응원하는 아들'에 마음이 뭉클했다. 이래저래 잊지 못할 생일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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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이 첫돌

from photo/D50 2010/02/27 20:12
율보뚱보의 첫돌. 음력 생일은 아직 좀 남았으나 바쁠 삼월이 부담스러워 이월 마지막 토요일로 날을 정했다. 그랜드호텔 뷔페 더 키친에서 식구들끼리 점심. 돌잡이 때 나는 돈을 집는 모습만 보았는데, 제 어미 말로는 망치를 집으려 잠깐 기우뚱하는 몸을 바로잡았더니 곧바로 돈을 집어 들었단다. 전날 과음한 숙취가 가시질 않아 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제 형과 달리 백일도 그렇고 제대로 된 사진 한 장 못 남겨주어 미안하다(돌아와서야 건질 만한 사진은 고사하고 독사진 한 장 찍어주지 못한 걸 알았다). 건강하게 잘 자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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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생일

from text 2007/10/29 14:05
음력과 양력이 일치하는 생일, 기억에는 두 번째 맞는 생일이다. 내가 태어난 게 누군가에게 고마운 일일 수 있을까. 손끝에서 타는 담배를 보며 소멸에 대해 잠시 생각했다. 덩어리로 떨어지던 재가 바람에 폴폴 날아다녔다.

그게 얼마나 큰지 나는 몰랐다. 내가 아는 세상만 알 뿐, 그게 전부인 줄 알았다. 하긴, 한번은 올 줄 알았던 지도 모른다. 그만큼은 나도 기다렸으니까. 이제, 때를 기다리며 잔뜩 웅크린 벌레처럼, 터질지언정, 그저 꿈틀거리고만 있지는 않으리라. 누군들 알 수 있을까. 그렇게 한 세월 가고 나면, 터져서 붉게 물든 서산이 무엇을 노래하는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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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6 열일곱 번째 롤

from photo/M6 2007/10/19 01:07
마음에 바람 불고 늦게 난데없이 비 내리던 날 그때, 그리고 녀석의 네번째 양력 생일날.

어쩌다 여의도에 갈 때마다 대통령 후보를 만나게(?) 되는데, 지난 대통령 선거 때에는 당시 민주당 경선 후보이던 노무현을 욕탕 안에서 만나 목례를 주고받은 적이 있으며, 얼마 전에는 탈의실에서 후보 확정 직전의 이인제를 만나 악수를 나눴는데, 이번에는 야밤에 맥주 한잔하다 권영길 후보와 일행들을 만나 몇 차례 악수를 하고 몇 마디 말도 나눴다. 일행 중 한 분은 자꾸만 나에게 면이 익다면서 고개를 갸우뚱하기도 했다.

이번에 난생 처음 한강 유람선을 타보았다. 누구라도 한 번 타보고는 다시 타진 않을 것 같았지만(만나는 상대가 바뀐다면 모를까), 뱃전에 서서 바람을 맞는 기분이 상쾌했다. 조각난 달이 계속 따라다녔다.

* Leica M6, summicron 35mm 4th, 코닥 포트라160vc

편지

from photo/D50 2007/08/22 18:09
오늘 아침 출근 준비하느라 샤워하는 중에 서연이가 쓴 편지. 내용인즉슨 '나중에 아빠 생일에 케이크 먹을게요 알았죠 사랑해요' 되겠다. 얼마 전부터 케이크 먹을 욕심에 다음달 말에 있는 제 생일을 노래 부르더니 방법을 조금 바꿨나 보다. 자식에게 처음 편지(?) 받아보는 기분이 이런 거구나. 사진벽에다 고이 붙여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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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세 살

from photo/D50 2006/09/29 07:25
서연이가 만 세 살이 되었다. 음력으로 생일을 챙기지만 어린이집을 다니면서 구월이 생일인 줄 아는데다 그냥 넘기기 뭣하여 케이크만 하나 샀다.

산을 갈 땐, 천천히 걸어야 해. 아주 멀리 간다고 생각하고 말이야. 다리에 힘이 붙으면 탄력껏 걸어도 되겠지. 그래도 마음에 여유를 잃어버리면 안 돼. 아주 여기서 살 것처럼. 능선을 탈 땐 많은 생각도 하겠지. 내려갈 땐 더욱 신중해야 할 거야. 돌아도 보고 살펴도 보고. 산을 갈 땐, 천천히, 천천히 가야 해.

작년인가 몇명이서 악천후에 비슬산에서 앞산까지 종주하려다 여의치 않아 중간에 내려올 때부터 아팠던 무릎이 다 낫지 않은 건지, 얼마 전 갔다온 비슬산 산행에서도 내려올 때 잠시 잠시 아팠다. 가을에 비슬산은 처음이었는데, 정상의 억새길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