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6 스물여덟 번째 롤

from photo/M6 2008/11/14 05:28
제 자식 얼굴과 몸짓이 담겨 있어 더욱 그럴 테지만, 스캔한 걸 처음 모니터로 볼 때는 이번에도 그럴듯한 사진이 하나도 없구나 하다가도, 막상 올리려고 한 장 한 장 뺄 때엔 열두 번도 더 고민하게 된다. 삶에서도 무언가를 하나하나 덜어내는 기분일 때가 있다. 비어야 채운다지만, 어설픈 비유일 뿐이고, 채우고 싶은 욕심일 뿐이다. 그나마 사진을 고르듯 골라서 덜어내는 것이면 나으련만, 안 그래도 앙상한 마음들이 파르르 떨릴 때가 있다. 무릇 밀려나는 가슴이야 밀어내던 가슴을 헤아릴 길 없는 법, 문득 그렇게 지나간 사진들이 밟힌다.

* Leica M6, summicron 35mm 4th, 코닥 포트라160vc

이 겨울도

from text 2008/11/10 16:52
실로 얼마 만에 사보는 음반인가. MP3 플레이어를 사고 나서는 생각날 때마다 파일들만 찾아 헤맸는데, 간단히 파일 변환하는 방법도 알았고, 우선 눈에 띈 율리시즈의 시선 OST를 작곡한 Eleni Karaindrou의 Elegy of the Uprooting과 Music For Films를 샀다. 덩달아 산 책은 오정희의 돼지꿈, 톨스토이의 부활, 조너선 사프란 포어의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가을을 지나며 책도 음악도(그렇지, 필름도) 한가득 쌓았으니 천천히 즐길 일만 남았다. 좀 덜 두리번거리고(그래야 덜 지르고 덜 질릴 일이다) 내 안으로 발밑으로 향할 땐가 한다. 술 마시기 좋은 계절, 이 겨울도, 그저 비껴가긴 다 틀린 게다.

블로그 개설 이후 지금까지 쓰던 deadlink님의 coldgray 스킨을 seevaa님의 결벽증 스킨으로 바꿨다. 태터툴즈 1.0.6.1에서 텍스트큐브 1.7.6으로 갈아타면서. 문득 시스템에 대한 불안감도 있고 하여 휴일을 맞아 아침부터 손을 대 본 것인데, 결과적으로 밤 늦게까지 하루를 온전히 여기에다 바칠 수밖에 없었다. 정작 갈아타는 건 대수롭잖았으나, 마음에 드는 새로운 스킨을 찾고, 전에 쓰던 플러그인(특히 zippy님의 새 글 표시 아이콘과 문제(!)의 J.Parker님의 썸네일 리스트 출력 플러그인)을 새롭게 적용하는 과정에서 시간을 다 보낸 것이다. 새 글 표시 아이콘은 구현하지도 못한 채, 이리저리 만지는 동안 어찌된 일인지 사진이 들어간 거의 모든 포스트의 사진들이 두세 장씩 없어져버린 것이다. 식음을 전폐하고 종일 삽질 끝에 어쨌든 대충 복구는 된 것 같다(전에는 요령껏 그나마 마음에 드는 사진을 리스트 이미지로 내세웠던 것과 달리 몽땅 첫 번째 사진으로 고정되어 버렸지만). 이 스킨도 옛 버전이지만, 종일 고생한 게 억울해서라도 새 버전에 맞는 획기적인 스킨을 만나기까지는 이대로 밀어볼까 한다. 특별히 고마운 분들이라 이렇게라도 이름자와 링크를 남겨둔다.

사이드바 랜덤 이미지 출력(아무리 해도 못하겠다), 그리고 대문 사진과 문패가 없어졌다. 대문 사진이야 아쉬울 리 없을 테고, 개설 이후 한 번 바뀐 문패글은 남겨 둔다. '하나의 잣대를 지향하며..' 그리고 '저 세상에 가면 잊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