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 전언

from text 2008/01/02 18:58
당신이 누구든, 행복하시라, 언제 어디서든. 담배 한 대 태우다가, 언제 거기 있었나, 각자의 거리를 유지하고 칼바람 속에 꿋꿋이 저 혼자 저를 다 감당하고 있는 나무 무리를 보았다. 저 혼자 탄 담배가 필터만 남았을 즈음, 단 한마디 말을 들었다. 버리라 한 것도 같고 벼리라 한 것도 같다. 마음을 이기려 모진 걸 찬 바람에 새기면서도 청춘이라 하였건만, 미혹하는 마음은 멀어도 한참 멀었다 했는데, 사나흘 몰아치던 것들이 정점에서 일순 잦아들었다. 처음 마음이 곱게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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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

from text 2007/12/30 07:18
새로 공부하듯 술을 마시던 도중 만난 눈, 그 눈팔매에 기어코 말을 하고 말았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싸래기처럼 왔다던 것 말고는, 호쾌한 첫눈이었다. 거리를 곰처럼 뒹굴던 사람들이 예뻤다.

* 커다란 백지에 이름 석자 써본다. 이을 말이라곤 없어도 그냥 그렇게 한 귀퉁이에 그 이름 불러본다. 거기도 여기처럼 하늘이 던지는 돌에 멍드는 가슴이 있는가. 그 팔매에 패인 시퍼런 가슴 있는가. (서른여섯 시간 후, 이천칠년 마지막 날, 다시 내린 눈에 부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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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비

from text 2007/12/28 21:01
우리는, 그것이 무엇이든, 영원한 걸 꿈꾸고 그리워한다. 언제부터 그랬는지 알 수 없지만, 한번도 그런 생각을 해본 적 없는 사람도 그렇다고 하면 으레 고개를 끄덕일 정도는 된다. 길을 잃고 헤매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나침반이나 지도, 또는 길을 잘 아는 사람이 아니라 그 길에 그만 익숙해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물론, 알 수 없는 일이다. 어쨌든 이렇게 알 수 없는 말들을 또다시 늘어놓는 것은 영원한 것이라곤 영원히 없을 거라는, 누가 찍은 건지 알 수 없는 낙인 때문이다. 그 자국이 아직 시뻘겋게 타고 있기 때문이다. 종일 겨울비가 그렇게 내리더니 내어놓은 가슴에 남은 흔적은 지울 생각도 않고 저만치 달아나고 말았다. 자, 누굴 원망할 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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