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나라

from text 2007/04/05 13:47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남의 침략에 가슴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을 원치 아니한다. 우리의 부력(富力)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강력(强力)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겠기 때문이다. 지금 인류에게 부족한 것은 무력도 아니오, 경제력도 아니다. 자연과학의 힘은 아무리 많아도 좋으나, 인류 전체로 보면 현재의 자연과학만 가지고도 편안히 살아가기에 넉넉하다. 인류가 현재에 불행한 근본 이유는 인의(仁義)가 부족하고, 자비가 부족하고, 사랑이 부족한 때문이다. 이 마음만 발달이 되면 현재의 물질력으로 20억이 다 편안히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인류의 이 정신을 배양하는 것은 오직 문화이다. 나는 우리나라가 남의 것을 모방하는 나라가 되지 말고, 이러한 높고 새로운 문화의 근원이 되고, 목표가 되고, 모범이 되기를 원한다. 그래서 진정한 세계의 평화가 우리나라에서, 우리나라로 말미암아서 세계에 실현되기를 원한다.

다 아는 김구 말씀인데, 오늘따라 이렇게 와 닿을 수가 없다. 우리가 작은 약속을 지키고 신의를 생명처럼 여기며 돈과 권력 앞에 비굴하지 않을 수 있다면 죽음을 마주하여도 조금은 더 당당하지 않을까. 어느 순간 삶이 날카로운 사금파리처럼 다가선다 하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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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할 것인가

from text 2007/04/04 17:00
한미FTA 타결 이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오르고 그전에 비해 FTA에 대한 찬성 여론이 반대 여론을 많이 앞서고 있다. 대통령이 논개처럼 한나라당이라는 적장을 껴안고 FTA라는 바다에 뛰어들어 여권 대통령을 당선시키려는 시나리오를 펼치고 있다는 우스개도 있지만, 흔쾌히 웃기에는 뒷맛이 많이 씁쓸하다. 한편에서 국민투표가 화두가 되고 있지만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일 경우 찬성이 많지 않을 것이라 예견하기 어렵다. 민주주의에 부합할지라도 그럴 경우 더이상 빠져나갈 구멍은 없어 보인다. 이번 타결에 대해 찬사를 보내는 다수 언론과 결단하는 리더쉽에 쉽게 열광하는 국민(!)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이 전술이 먹혀들지 걱정이다. 어쨌거나 이를 기회로 시민사회가 학습을 통해 더욱 성숙하리라 생각하지만, 그것이 전략적 선택일 수도 있겠지만, 막막하고 먹먹한 기분을 떨칠 수가 없다. 애초 정치사회적인 구체적 사안에 대한 언급을 가능한 한 피하려고 했지만, 한가하게 가족 소사나 읊기에는 돌아가는 세태가 짐짓 두려울 따름이다(어쨌든 대통령에게서 묘한 어떤 동질감을 느껴오던 터였다. 나와 다른 부류임이 분명해졌지만 역시 설익고 덜떨어진 사람이 어디 나서는 건 여러 사람을 힘들게 하는 일이다. 하물며 확신범임에랴).

체계적인 교육과 충분한 교양,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와 바른 역사적 안목, 문화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바탕으로 구성원과 함께 미래로 나아가는 지도자를 갖기에는 대한민국의 역사가 너무 짧고 우리가 우리에게 저지른 죄가 너무 큰지도 모른다. 역시 구성원은 그 구성원의 수준을 뛰어넘는 지도자를 가질 수 없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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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from text 2007/03/28 16:30
좀 지난 이야기이긴 한데, 대법원 등기호적국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지은 이름은 남자 아이의 경우 민준, 여자 아이의 경우 서연이라고 한다. 이 두 이름은 2004년과 2005년에도 1위를 기록하였으며, 지난해 2, 3위는 남아의 경우 민재, 지훈 순이었고, 여아는 민서, 수빈 순이었다고 한다.

서연이의 이름을 지을 때 내가 고려한 것은 우선 좀 여성적이거나 중성적인 이름일 것, 그리고 가급적 흔한 이름이 아닐 것 정도였는데, 이게 이런 결과를 만나고 보니 좀 당혹스러운 게 사실이다. 그 전에 0124님은 어디서 저와 나, 서연이의 이름을 넣어보고는 서연이 이름을 바꾸면 어떻겠냐며 고민한 적이 있는데, 그때와 달리 조금 흔들린다. 상서로울 瑞에 벼루 硯, 2003년에 지으면서 포털 사이트에 여러 번 검색해보고도 많은 이름을 만나지 않았었는데, 흔하면 어떠냐 싶으면서도 왠지 껄끄럽다. 자꾸 그리 생각해서 그런지 딱 서연이구나 싶었던 서연이가 이제는 서연이랑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마저 든다. 작명소에서 짓던지 집안 어른이나 이름난 어른이 지어주시던지 했다면 이러지 않았을텐데 하는 생각도 들고. 하지만 다시 우리가 머릴 맞대어 짓는단들 뾰족수가 있겠냐도 싶고, 막상 진짜 바꿀까 생각하니 뒷목을 잡아채는 무언가도 있다.

* FE와 니꼬르 수동 단렌즈들을 좋은 분들께 넘겨드렸다. 홀가분하다. 스무살 언저리에 잠시 만져보았던 수동SLR의 그 느낌을 깨워준 FE에 대한 고마운 마음과 아쉬운 마음이 교차한다. 시집가서 대우받고 잘 살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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