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나무들이 단풍에 든다. 지난봄 새로 잎이 나올 때처럼 서럽지는 않다. 떠나는 이와 보내는 이의 마음이 다를까. 이별이 예정되어 있어도 제가끔 할 일을 한다. 엽록소도 안토시아닌과 카로틴도 제 몫을 다했다. 수면을 일렁이는 바람의 양에 따라 거기 사는 물고기의 양이 정해진다지. 신진대사의 절정이어라. 바람이 불고, 단풍이 든다.
인간이 존엄할까, 인간은 존엄한가 묻는다면
존엄한 인간이 있고,
존엄할 때나 존엄한 때가 있다고 답할밖에.
바람이 불고, 계절이 바뀌니
참으로 덧없는 것이 인생이 아닌가,
병 속의 새는
병 속이 딱 세상의 전부가 아닌가 되물을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