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김규항의 블로그에서 읽은 말이 요즘 자주 맴돈다. "다 부질없어 형. 아이하고나 많이 놀아 줘."
오래 돼서 희미하지만, 닌자 거북일 보면 할배 거북이 아이에게 이렇게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네가 어떻게 생겨났는지와 지금의 네 가치를 혼동하지 마라. 참으로 멋진 풍경이 아닐 수 없다.
어젠, 아침부터 낮술 한 잔 하기로 굳게 마음먹고, 달리기로 작정하였지만, 대작키로 한 놈, 달이삼촌과 시간이 맞지 않아 점심으로 우동과 군만두를 먹는 바람에, 목욕하며 시간 좀 보내고, 결국 네 시부터 마시기 시작하였다. 오랜만에 먹는 갈치구이가 맛있었다. 술맛이 오를 즈음 이 녀석에게 급한 볼일이 생겨 한 시간 반 가량 볼일을 보고 차수를 이을 수 있었다. 아, 행복할 사람들은 행복하도록!!
달면 뱉고 / 쓰면 삼킨다 / 가죽처럼 늘어나버린 / 내 청춘의 혓바닥이여(이상희의 시 '잘가라 내 청춘' 전문)
인생은 그 날이 꽃과 같아 단 한 번의 몰락으로 나는 / 죽은 뿌리의 욕망을 알게 되었다(함성호의 시 '고향집, 폐허' 중에서)
산을 오르는 동안 사람들은 자신의 몸무게에 의해 실존주의자가 되었다가 산꼭대기에 이르면 유물론자가 된다.(황지우의 시 '靈山' 중에서)
대다수가 자신의 고역을 동댕이쳤을 때, 또한 그의 마지막 '가치'도 동댕이쳤다. 무엇에 대하여 자유롭게 되었는가, 하는 것 따위는 짜라투스트라에게 아무런 관계가 없다. 그러나 그대의 눈은 무엇을 위한 자유인가를 분명히 나타내지 않으면 안 된다.(F.W.니체의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중에서)
저 세상에 가서도 그림을 사랑하자 / 그림이 없으면 이 세상에 다시 오자(인사동 어느 화방에서)
살고 싶으면은 죽은 체 하라, 죽은 체 하면 행복이 온다.(어느 TV 만화 영화에서, 꼬마들이 부르던 노래)
讀書之有患之始(김성동 '風笛' 중에서)
예술가는 좀 게을러야 해. 그래야 이것저것 궁리할 시간이 많지.(백남준)
공격성이 없는 사랑이란 있을 수 없으며, 사랑이 없는 미움이란 있을 수 없다.(콘라트 로렌츠 '공격성에 관하여' 중에서)
글을 쓴다는 것은 시간의 부재, 그 매혹에 몸을 맡기는 것이다.(모리스 블랑쇼 '문학의 공간' 중에서)
우리는 어디로 갔다가 어디서 돌아왔느냐 자기의 꼬리를 물고 뱅뱅 돌았을 뿐이다 대낮보다 찬란한 태양도 궤도를 이탈하지 못한다 태양보다 냉철한 뭇별들도 궤도를 이탈하지 못하므로 가는 곳만 가고 아는 것만 알 뿐이다 집도 절도 죽도 밥도 다 떨어져 빈 몸으로 돌아왔을 때 나는 보았다 단 한 번 궤도를 이탈함으로써 두번 다시 궤도에 진입하지 못할지라도 캄캄한 하늘에 획을 긋는 별, 그 똥, 짧지만, 그래도 획을 그을 수 있는, 포기한 자 그래서 이탈한 자가 문득 자유롭다는 것을(김중식의 시 '이탈한 자가 문득' 전문)
다른 주머니 속에서 담배갑이 손에 닿았다. 나는 담배를 피웠다. 한바탕 일을 끝마치고 한 대 피우는 사람이 흔히 그렇게 생각하듯이, 살아야겠다고 나는 생각했다.(미시마 유키오 '금각사' 마지막 문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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