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에 해당되는 글 3건

  1. Leaving Las Vegas 2007/10/12
  2.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 3 2007/04/10
  3. 행복할 사람들은 행복하도록 2006/08/20

Leaving Las Vegas

from text 2007/10/12 01:53
술자리 내내, 모처럼 밤길을 걸어 집에 오는 내내, '라스베가스를 떠나며'가 떠나지 않았다. 무리 속에서 혼자 벤을 생각하며, 벤과 대화하며 술을 먹었다. 그를 생각하면 더 큰 잔에 술을 붓고, 더 자주 잔을 들어야 했을지도 모르지만, 잘 들리지 않는 그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에 바빴다. 그는 어떤 심정이었을까, 羑里에서처럼 빤히 내다뵈는 걸 받아들이는 육조의 심정이었을까, 이제 그렇게 다 버리고만 싶었던 것일까, 종내 갈 수밖에 없는 시간의 가르침을 그저 따라간 것 뿐일까, 얼마 전 술 마실 적 심정으로 미루어 대꾸할 뿐, 더 오래 잔을 나누지 못한 게 아쉬울 따름이다. 그렇게 한 생애에 주어진 사랑과 '행복'은 유한할 터, 이제 어디로 간단 말인가.

I'm Ben. I'm Sera. Sarah, with an 'H'? With an 'E', S-E-R-A, Sera.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

from text 2007/04/10 15:10
사르트르는 일찍이 실존은 본질에 선행한다고 갈파한 바 있다. 창조주를 믿지 않는다면 어찌 보면 당연한 언설이랄 수도 있지만, 그것이 인간의 본질을 무한정 확장시켜주는 것은 아닐 것이다.

행복이라는 것은 소통과 연대에서 출발하고 귀결되는 것이 틀림없어 보인다. 가족 구성원 사이에도 점차 단절과 소외가 일상화되고 있으며 이제 우리는 행복이라는 것이 추구하여야 할 가치라는 것도 잊어가고 있다. 아니 이미 대다수 사람에게 사는 목적을 생각할 겨를은 없어져 버렸으며 그럴 겨를이 있는 사람들은 혼자서도 잘 살아간다.

이제 동네 길거리에서 어른들이 어린 아이를 꾸짖는 모습을 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아이들에게 골목은 사라졌고 흙은 아이들이 없는 놀이터에나 가야 볼 수 있다. 내가 스무 살이 되기 전만 하여도 버스에서 아기에게 젖을 먹이는 어머니들을 보는 것은 그리 낯선 일이 아니었다. 이제 사람들에게는 두렵고 부끄러운 일이 많아졌다. 정작 두렵고 부끄러운 일이 무엇인지 알 수 없게 되어 버렸다. 회피하고 치장하는 일들이 많아질수록 우리는 우리에게서 멀어져가고 있는 지도 모른다.

자유는 소중하다. 자유를 확장하는 물질적 조건도 마찬가지로 소중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진짜 자유를 누리기 위하여 곰곰 생각할 필요가 있다. 자유가 행복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김남주는 만인을 위하여 노력할 때 나는 자유라고 이야기하였으며 니체는 무엇에 대하여 자유롭게 되었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위한 자유인가를 분명히 하여야 한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이대로 간다면 우리 아이들에게 우리가 물려줄 최선의 것은 지금의 파괴를 가속화해 아무 것도 남겨주지 않는 것인지도 모른다.

마음 터놓고 술 한 잔 기울일 친구가 없어 매일매일 자신을 조금씩 죽이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꾸미고 거짓 대화를 하며 남을 속일 수 있을지는 몰라도 남을 위하여 사는 게 아닌 다음에야 자신은 어떻게 위로할 수 있겠는가.

*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이라는 제목으로 따뜻한 동화 한 편 써보려던 것이 메모만 나열한 글이 되고 말았다. 삶은 달걀을 무척 좋아하는 편이지만, 부활절을 기린다며 멀쩡한 달걀을 집단적으로 대량으로 삶아 먹고 나누는 행위를 이해할 수 없다. 그것이 설령 무정란이라 할지라도.

지난 4월 8일은 결혼 6주년 되는 날이었다. 기념일 알리미 서비스 덕에 일주일 전부터 새기고 있었는데 막상 당일은 잊어먹고 지나가 버렸다. 항상 마음에 두고 있는 말인데, 참한 아가씨가 오래된 친구나 후배를 만나 사귀거나 결혼한다면 꼭 하는 말이기도 한데, 서연이나 이 사람이 자는 모습을 보면 꼭 떠오르는 말인데, 참 고맙다.
오래전 김규항의 블로그에서 읽은 말이 요즘 자주 맴돈다. "다 부질없어 형. 아이하고나 많이 놀아 줘."

오래 돼서 희미하지만, 닌자 거북일 보면 할배 거북이 아이에게 이렇게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네가 어떻게 생겨났는지와 지금의 네 가치를 혼동하지 마라. 참으로 멋진 풍경이 아닐 수 없다.

어젠, 아침부터 낮술 한 잔 하기로 굳게 마음먹고, 달리기로 작정하였지만, 대작키로 한 놈, 달이삼촌과 시간이 맞지 않아 점심으로 우동과 군만두를 먹는 바람에, 목욕하며 시간 좀 보내고, 결국 네 시부터 마시기 시작하였다. 오랜만에 먹는 갈치구이가 맛있었다. 술맛이 오를 즈음 이 녀석에게 급한 볼일이 생겨 한 시간 반 가량 볼일을 보고 차수를 이을 수 있었다. 아, 행복할 사람들은 행복하도록!!


달면 뱉고 / 쓰면 삼킨다 / 가죽처럼 늘어나버린 / 내 청춘의 혓바닥이여(이상희의 시 '잘가라 내 청춘' 전문)

인생은 그 날이 꽃과 같아 단 한 번의 몰락으로 나는 / 죽은 뿌리의 욕망을 알게 되었다(함성호의 시 '고향집, 폐허' 중에서)

산을 오르는 동안 사람들은 자신의 몸무게에 의해 실존주의자가 되었다가 산꼭대기에 이르면 유물론자가 된다.(황지우의 시 '靈山' 중에서)

대다수가 자신의 고역을 동댕이쳤을 때, 또한 그의 마지막 '가치'도 동댕이쳤다. 무엇에 대하여 자유롭게 되었는가, 하는 것 따위는 짜라투스트라에게 아무런 관계가 없다. 그러나 그대의 눈은 무엇을 위한 자유인가를 분명히 나타내지 않으면 안 된다.(F.W.니체의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중에서)

저 세상에 가서도 그림을 사랑하자 / 그림이 없으면 이 세상에 다시 오자(인사동 어느 화방에서)

살고 싶으면은 죽은 체 하라, 죽은 체 하면 행복이 온다.(어느 TV 만화 영화에서, 꼬마들이 부르던 노래)

讀書之有患之始(김성동 '風笛' 중에서)

예술가는 좀 게을러야 해. 그래야 이것저것 궁리할 시간이 많지.(백남준)

공격성이 없는 사랑이란 있을 수 없으며, 사랑이 없는 미움이란 있을 수 없다.(콘라트 로렌츠 '공격성에 관하여' 중에서)

글을 쓴다는 것은 시간의 부재, 그 매혹에 몸을 맡기는 것이다.(모리스 블랑쇼 '문학의 공간' 중에서)

우리는 어디로 갔다가 어디서 돌아왔느냐 자기의 꼬리를 물고 뱅뱅 돌았을 뿐이다 대낮보다 찬란한 태양도 궤도를 이탈하지 못한다 태양보다 냉철한 뭇별들도 궤도를 이탈하지 못하므로 가는 곳만 가고 아는 것만 알 뿐이다 집도 절도 죽도 밥도 다 떨어져 빈 몸으로 돌아왔을 때 나는 보았다 단 한 번 궤도를 이탈함으로써 두번 다시 궤도에 진입하지 못할지라도 캄캄한 하늘에 획을 긋는 별, 그 똥, 짧지만, 그래도 획을 그을 수 있는, 포기한 자 그래서 이탈한 자가 문득 자유롭다는 것을(김중식의 시 '이탈한 자가 문득' 전문)

다른 주머니 속에서 담배갑이 손에 닿았다. 나는 담배를 피웠다. 한바탕 일을 끝마치고 한 대 피우는 사람이 흔히 그렇게 생각하듯이, 살아야겠다고 나는 생각했다.(미시마 유키오 '금각사' 마지막 문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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