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6 여섯 번째 롤

from photo/M6 2007/04/15 09:18
열흘 전 쯤 아하포토에 맡긴 게 스캐너 고장으로 너무 늦어져 현상된 필름을 찾아 다음 롤과 함께 올리브칼라에 맡겼다. 가격은 좀 더 쎄지만 일단 가게 느낌은 좋았다.

* Leica M6, summicron 35mm 4th, 코닥 울트라맥스400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

from text 2007/04/10 15:10
사르트르는 일찍이 실존은 본질에 선행한다고 갈파한 바 있다. 창조주를 믿지 않는다면 어찌 보면 당연한 언설이랄 수도 있지만, 그것이 인간의 본질을 무한정 확장시켜주는 것은 아닐 것이다.

행복이라는 것은 소통과 연대에서 출발하고 귀결되는 것이 틀림없어 보인다. 가족 구성원 사이에도 점차 단절과 소외가 일상화되고 있으며 이제 우리는 행복이라는 것이 추구하여야 할 가치라는 것도 잊어가고 있다. 아니 이미 대다수 사람에게 사는 목적을 생각할 겨를은 없어져 버렸으며 그럴 겨를이 있는 사람들은 혼자서도 잘 살아간다.

이제 동네 길거리에서 어른들이 어린 아이를 꾸짖는 모습을 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아이들에게 골목은 사라졌고 흙은 아이들이 없는 놀이터에나 가야 볼 수 있다. 내가 스무 살이 되기 전만 하여도 버스에서 아기에게 젖을 먹이는 어머니들을 보는 것은 그리 낯선 일이 아니었다. 이제 사람들에게는 두렵고 부끄러운 일이 많아졌다. 정작 두렵고 부끄러운 일이 무엇인지 알 수 없게 되어 버렸다. 회피하고 치장하는 일들이 많아질수록 우리는 우리에게서 멀어져가고 있는 지도 모른다.

자유는 소중하다. 자유를 확장하는 물질적 조건도 마찬가지로 소중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진짜 자유를 누리기 위하여 곰곰 생각할 필요가 있다. 자유가 행복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김남주는 만인을 위하여 노력할 때 나는 자유라고 이야기하였으며 니체는 무엇에 대하여 자유롭게 되었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위한 자유인가를 분명히 하여야 한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이대로 간다면 우리 아이들에게 우리가 물려줄 최선의 것은 지금의 파괴를 가속화해 아무 것도 남겨주지 않는 것인지도 모른다.

마음 터놓고 술 한 잔 기울일 친구가 없어 매일매일 자신을 조금씩 죽이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꾸미고 거짓 대화를 하며 남을 속일 수 있을지는 몰라도 남을 위하여 사는 게 아닌 다음에야 자신은 어떻게 위로할 수 있겠는가.

*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이라는 제목으로 따뜻한 동화 한 편 써보려던 것이 메모만 나열한 글이 되고 말았다. 삶은 달걀을 무척 좋아하는 편이지만, 부활절을 기린다며 멀쩡한 달걀을 집단적으로 대량으로 삶아 먹고 나누는 행위를 이해할 수 없다. 그것이 설령 무정란이라 할지라도.

지난 4월 8일은 결혼 6주년 되는 날이었다. 기념일 알리미 서비스 덕에 일주일 전부터 새기고 있었는데 막상 당일은 잊어먹고 지나가 버렸다. 항상 마음에 두고 있는 말인데, 참한 아가씨가 오래된 친구나 후배를 만나 사귀거나 결혼한다면 꼭 하는 말이기도 한데, 서연이나 이 사람이 자는 모습을 보면 꼭 떠오르는 말인데, 참 고맙다.

아름다운 나라

from text 2007/04/05 13:47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남의 침략에 가슴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을 원치 아니한다. 우리의 부력(富力)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강력(强力)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겠기 때문이다. 지금 인류에게 부족한 것은 무력도 아니오, 경제력도 아니다. 자연과학의 힘은 아무리 많아도 좋으나, 인류 전체로 보면 현재의 자연과학만 가지고도 편안히 살아가기에 넉넉하다. 인류가 현재에 불행한 근본 이유는 인의(仁義)가 부족하고, 자비가 부족하고, 사랑이 부족한 때문이다. 이 마음만 발달이 되면 현재의 물질력으로 20억이 다 편안히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인류의 이 정신을 배양하는 것은 오직 문화이다. 나는 우리나라가 남의 것을 모방하는 나라가 되지 말고, 이러한 높고 새로운 문화의 근원이 되고, 목표가 되고, 모범이 되기를 원한다. 그래서 진정한 세계의 평화가 우리나라에서, 우리나라로 말미암아서 세계에 실현되기를 원한다.

다 아는 김구 말씀인데, 오늘따라 이렇게 와 닿을 수가 없다. 우리가 작은 약속을 지키고 신의를 생명처럼 여기며 돈과 권력 앞에 비굴하지 않을 수 있다면 죽음을 마주하여도 조금은 더 당당하지 않을까. 어느 순간 삶이 날카로운 사금파리처럼 다가선다 하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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