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린다. 아파트 단지가 둥둥, 만개한 벚꽃이 까르르. 다 잊었다는 듯, 밤을 지나고도 한참 더 올 모양이다. 흙내에 도시가 기우뚱. 이른 출근길, 어제 본 목련 꽃잎이 물 밖에 나온 금붕어처럼 아스팔트에 젖어 있었다. 등불처럼 환하던 것이 조금 뒤척이다가 조용히 숨만 내쉬었다. 비껴 선 라일락은 잎을 조금 더 내밀었고 매화는 제 소식을 다 전한 양 입을 다물었다. 어떤 마음에는 봄이 내리고 어떤 마음에는 바람이 불었다. 궐련을 건네던 수줍은 얼굴, 우산살 끝에서는 어떤 봄이 무너져 내렸다. 비가 내리고, 세상의 끝으로 갈 것이 간다.
지난 토요일, 거실과 방, 주방의 등기구들을 LED로 교체하였다. 오래 벼르기만 하다 마침 공동구매 행사가 있어 맞춘 것인데, 따로 구매한 전구색 식탁등이 꽤 마음에 든다. 사는 곳이 조금 더 밝고 단순해졌다. 긴 여정에 뭐 하나 잘 빼거나 더한 기분. 다음은 최백호의 산문집 잃어버린 것에 대하여 중 한 대목. 나 같은 음치도 기꺼이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글보다 그림이 더 좋았고, 어떤 마음이 고마웠다. 사는 것이 조금 더 애틋해졌다.
미술이나 문학은 인간이 만든 인간의 세계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음악은 먼 우주에서 왔다. 어떤 사람들은 이미 좋은 멜로디는 다 만들어졌다고 하지만 천만에 아직도 온 우주에 무궁무진하다. 흘러넘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