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구월 결혼을 앞둔 연애 10년차 커플의 웨딩 촬영장에 함께한 0124님과 션. 언제나 조카들을 대하는 마음이 남달랐던 처제, 늘 고맙고, 축하해. 든든한 홍과 언제 어디서든 지금처럼 살가운 정을 나누며 잘 살기를.
나는 살겠다 말하거라. 혹시 죽게 되어도 그것이 내 뜻이 아니라 말하거라. 허니 편안하게 가시라 말씀드려라. 내게 그분을 살릴 힘이 없으니 그것이 한이다 말씀드려라. 그러나 내가 이제 세상을 알았다 또한 말씀드려라. 저들이 저들의 죄로 살고 죽는 것을 내가 두 눈 뜨고 다 보리라 말씀드려라.
그리되기 어려울 것이나 혹시 그럴 길이 있다면…… 무엇을 팔아서라도 목숨을 구하시라 전하거라. 그것이 내가 서찰에 쓰고자 했던 말이었음을…… 네가 전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잊지 말거라. 그러나 모든 것이 헛되고 헛되니……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오직 한마디뿐이다. 좋은 세상에서 만났다면, 나 또한 이런 모습은 아니었으리라…… 내가 그저 물 흐르는 마음으로만 살았으리라…….
김인숙의 소현 중에서, 어쩌면 책의 전체 맥락에서 가장 동떨어진 한 대목. 첫 장부터 읽는 내내 김훈이 자꾸만 떠올랐으나, 문장과 그 문장이 이룬 세계에 쭈욱 빨려들고 말았다. 갑작스런 인사이동으로 터가 바뀐 탓에 어울리잖게 영 짬이 안 나고 여유가 없더니 조금씩 숨통이 트이는가, 쓸 말은 없으되 모처럼 늦은 밤에 마주하는 자판이 정겹다. 언제 그랬던가. 칠월의 밤이 좋고 가벼운 빗밑이 좋다. 그래, 가벼울 나이도 되었지. 누구든 어린 날은 충분히 무거웠고 지난날은 돌이킬 수 없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