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는 길

from photo/D50 2011/10/24 20:59
서연이가 지난 10월 16일 유단자부로는 처음 출전한 제4회 대구시바둑협회장배 학생 바둑대회에서 준우승을 하였다. 며칠 후 받은 단증. 공교롭게도 발급 날짜가 제 생일과 똑같다. 10월 22일에는 국무총리배 세계아마바둑선수권대회의 부대 행사 격으로 열린 포항시바둑협회장배 대구경북 학생 바둑대회에서 저학년부 3위를 하였다. 이튿날에는 가까운 친구 네 가족의 모임인 사계동행의 추계동행으로 청도 이서에 다녀왔다. 한 친구네가 가꾸는 시골집이 좋았다. 아이들은 민달팽이며 지렁이를 잡고 감을 따며 즐거워하였고, 나는 모처럼 아궁이에 불을 때는 재미를 맛보았다. 산은 단풍으로 타오르고 들판은 온통 감 천지였다. 어디였나, 가을이 눈을 찡긋하며 물러나는 게 설핏 보였다. 저처럼 모든 걸 두고 선선히 돌아갈 수 있을까, 사는 게 새삼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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될동말동

from text 2011/08/25 14:37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명인과 조세래의 승부를 인터넷 헌책방에서 구해 읽었다. 설국이 아니라 명인을 대표작으로 꼽는 이들이 있다던데 백번 공감이다. 승부는 완독한 거의 최초의 무협소설이랄까 대중소설이랄까, 덕분에 며칠 재미있게 보냈다. 완간되지는 않았지만 호타 유미 글, 오바타 타케시 그림의 히카루의 바둑도 재미있게 읽었다. 다 바둑에 얽힌 이야기들이다. 그전에 읽은 것으로는 윤구병의 가난하지만 행복하게와 흙을 밟으며 살다, 김진숙의 소금꽃나무, 재닛 에바노비치의 원 포 더 머니가 기억에 남는다. 이대로 살 수 없는 방향으로 스스로를 몰아붙이는 건 아닌가 간혹 돌아보게 된다. 이대로 잘 살 수 있도록 몰아도 될동말동한데 말이다. 이른 가을에다 늘 흐리고 비가 오니 내 세상을 만난 듯 새 세상을 본 듯 힘이 솟기도 한다. 며칠 전 술을 마시러 간 들안길 한 모퉁이(도레미, 그때 생각이 문득 났더랬다)에서는 동쪽 하늘을 온통 가르는 큰 무지개를 보았다. 미리 앉아 있던 사람을 끌어내 무지개를 보여주었고, 함께 술집으로 돌아왔다. 전작이 있었는지 무지개는 일찍 곯아떨어졌고, 어디에 있었더라, 내 몸에서는 짙은 무엇이 빠져나갔다.

내년에도 후년에도

from photo/etc 2011/08/17 14:42
대한생명배 입상자들의 기념사진. 바둑뉴스에서 퍼왔다. 내년에도 후년에도 저 자리에 설 수 있으면 좋겠다. 지난 14, 15일엔 원주의 오크밸리에 다녀왔다. 서율이를 낳고부터는 어디 다닌 기억이 별로 없는 게 참 오랜만의 나들이였다. 직장 후배의 주선으로 차편이나 숙소 걱정 없이 온통 초록 속에 잠길 수 있었다. 그리고 달팽이가 한 마리 더 늘었다. 원주에 다녀오기 전, 같은 화단 깊은 곳에 뒹구는 걸 서연이가 발견한 것이다. 이제는 저나 나나 오며가며 그 화단을 유심히 보는 버릇이 생겼는데, 더는 없는 것 같고, 아마 세 마리를 누가 버린 게 아닌가 싶다. 제 엄마와 함께 지은 이 녀석의 이름은 날라리를 따서 달라리란다. 이제껏 놀고 농땡이 피우다 꼴찌로 느지막이 들어와서 그렇대나 어쨌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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