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6 서른한 번째 롤

from photo/M6 2011/05/05 23:44
첫 번째 사진을 가만 보니 지난해 아버지 생신 축하연 때 찍은 것이다. 필름을 넣어둔 지 오래되긴 하였으려니 하였지만 오늘 찍은 마지막 사진까지 꼬박 일 년이 넘었을 줄은 몰랐다. 냉장고에 있는 필름들도 거진 유효기한이 지났거나 얼마 남지 않았겠다. 오랫동안 M6과 D50을 처분하고 후지 X100으로 갈아탈 생각을 하였으면서도 출시 이후에는 막상 저지르게 되질 않더니 불쑥 다시 불이 붙기도 한다. 그래봤자 술 마실 일도 아닌데 실행할 턱이 없겠지만 말이다. 에어컨도 그렇고 컴퓨터도 그렇고 여러 날 알아보고 재어보고도 어째 마지막 한 걸음이 떼어지지가 않는다. 무기력이 천성처럼 내려앉은 것일까. 그러고 보니 부질없는 것은 매한가지로되 덕을 보는 놈은 다 따로 있는 것이로구나.

서연이가 그만두었던 바둑을 다시 시작하였다. 지역 연구생 제도가 활성화되면서 여러모로 인연이 닿아 다시 시작한 것이다. 얼마나 계속할는지 알 수 없으나 미련이나 아쉬움은 없을 터이다.

* Leica M6, summicron 35mm 4th, summicron 50mm 3rd, 후지 오토오토400

Plants vs Zombies

from text 2011/03/09 22:33
서연이가 방과 후 컴퓨터 교실에서 받아온 '식물 대 좀비', 그야말로 재미있고 중독성이 강해 지난 명절 혼자 집에서 장난삼아 만졌다가 이틀 날밤을 꼴딱 새기도 하였다. 지혜의 나무를 1,000피트 이상 키우지는 못했지만, 거의 모든 과업을 완수한 듯. 두어 달 서연이와 나를 붙잡은 기념으로 기록을 남겨둔다.

* 지혜의 나무가 일러 주는 치트키는 future, mustache, tricked out, sukhbir, 그리고 daisies(100피트), dance(500피트), pinata(1,000피트). 이것 때문에 언젠가 1,000피트 넘게 키울지도 모르겠다.

진광불휘

from text 2011/03/03 16:40
잃어버린 걸 찾던 때가 있었다. 먼 미래의 어느 날처럼 아스라한 그때, 이미 나는 한번 죽었다. 지난겨울엔 많은 눈이 내렸고, 가슴에는 묻는 것이 많아졌다. 오래 추웠고 지칠 무렵 찾아온 온기가 문득 반가웠지만, 꽃샘추위는 동병상련인양 밉지 않았다. 진광불휘(眞光不輝) 네 글자를 며칠 붙들고 있다가 황지우를 다시 만났다. 그의 말처럼 어느 날 나는 편안해진 가죽부대를 걸치고 흐린 주점에 앉아 먼눈으로 술잔의 수위만을 아깝게 바라보게 될까. 그날이 멀지 않았으면 좋겠다. 삼월은 삼월인가, 오늘은 낮부터 자꾸만 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