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발짝

from photo/D50 2010/01/02 22:51
새해 첫날, 낮잠 자는 사이 0124님이 찍은 314일째 되던 날의 율짱. 바로 다음 놀다 넘어져 오른쪽 눈가가 찢어지는 바람에 벌써부터 큼지막한 생채기 하나 달았다. 녀석, 며칠 전부터는 서투나마 도리질을 시작하였으며 오늘은 제 스스로 처음 두 발짝을 떼기도 하였다.

* 주경철의 문학으로 역사 읽기, 역사로 문학 읽기는 얼핏 예상한 방식의 글쓰기는 아니었으나 꽤 좋았다. 이솝 우화집과 아가멤논으로부터 데카메론, 주신구라, 보물섬 등을 거쳐 파리대왕과 허삼관 매혈기에 이르기까지, 마치 그 책들을 다 읽은 것처럼 인간사와 세상사에 대해 생각하게 해 주었다. 연대기로써의 역사가 아닌 풍속과 문화, 특히 잔혹사에 대한 세세한 묘사를 보는 것은 때로 곤혹스러운 일이다. 무슨 일에서나 살아가는 지혜를 얻기에 앞서 두려움을 먼저 배우는 못난 심성 탓일 게다. 이전투구의 역사, 미련 많은 놈이 결국 인간을 믿지 못하는 까닭이기도 할 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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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선화

from text 2010/01/01 08:02
라일락 향기가 바람에 떠다니는 때란, 그 향기가 바람에 떠다니면서 청춘들의 후각을 자극할 때면, 그 어느 청춘인들, 가슴 설레지 않을 수 없으리라. 꽃향기만으로 가슴 설레는, 그 고운 청춘의 시절에, 그러나, 나는, 그리고 해금이는, 해금이의 친구들은 참으로 슬펐다. 속절없이, 속절없이, 꽃향기는 저 혼자 바람 속에 떠돌다가, 떠돌다가 사라지고 나는, 해금이는, 해금이 친구인 우리는, 저희들이 얼마나 어여쁜지도 모르고, 꽃향기 때문에 가슴 설레면 그것이 무슨 죄나 되는 줄 알고, 그럼에도 또 꽃향기가 그리워서 몸을 떨어야 했다.

공선옥의 내가 가장 예뻤을 때, 작가의 말 중에서. 아홉 송이 수선화는 그대로 다들 반짝이는 별이었다. 한때나마 별이었던 사람은 푸른 하늘을 보았던 기억보다 선명하게 스스로를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살아남은 자들, 남겨진 자들은 남은 과정을 갖고 있는 것. 그러게, 무슨 일에나 미학은 있는 법이니까(백경에서 이스마엘), 늦은 것도, 늦을 것도 없는 일이다.

근황 2

from text 2009/12/22 15:33
저가 봉오리를 피어난 것으로 바꾸기에 밤새 함께 울었더니, 떨어져 내릴 때는 맺혔던 자리마저 가져가누나.

준탱이 들어왔고 날은 추웠다. 마음은 늘어졌으나 몸은 바빴고(일에서는 마음만 바빴고 몸은 늘어졌던 듯) 술자리에서만 한두 대 피우던 담배는 일상으로 돌아왔으며 술은 배로 늘었다. 서연이는 바둑 7급 승급 심사를 받았고 서율이 재롱은 늘었으며 비로소 나는 늙었다. 그리움은 쓸쓸한 연기처럼 재빨리 일상이 되었고, 달라진 건 없으나 모든 게 달라졌다.

살아가는 일이란 늘상 사소한 것에서부터 틀어지거나 꾸며지기 마련, 한없이 부풀다 지극히 사소해져버린 작은 몸짓은 알 수 없는 불가항력에 계속 몸을 내맡기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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