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

from photo/D50 2009/05/07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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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

from text 2009/05/04 22:52
낯선 오월의 시작, 나흘 연휴를 그저 흘려보내긴 아쉬울 듯해 색색이 채 가시지 않은 멍을 달고 혼자 '박쥐'를 보러 나섰다. 어제오늘 왼쪽 새끼발가락에 몇 년 잊고 있던 무좀까지 도져 절뚝거리며 동성로 거리를 지나다녔다. 대기는 뜨거웠고, 작은 머리는 이내 열로 가득 차 일찍 지쳤다. CGV 아이맥스관, 욕망과 죄의식에 대한 그럴듯한 설정과 변주, 그로테스크한 이미지와 상징이 흥미로웠다. 성당인지 수도원인지 배경이 된 곳은 돌 벤치 하나하나, 자갈까지도 손에 잡힐 듯 그리운 것이었다. 가외로는 여자의 행위와 변명에 대한 오래된 것의 재확인도 있었다. 다음은 박완서의 소설 '그 남자네 집'에서 한 대목. 얼핏 지나간 모든 것들이 영역을 재배치한다. 제가끔 삐걱댄다.

그러나 그건 전부터 예정된 일이었다. 나도 따라 울었다. 이별은 슬픈 것이니까. 나의 눈물에 거짓은 없었다. 그러나 졸업식 날 아무리 서럽게 우는 아이도 학교에 그냥 남아 있고 싶어 우는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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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여섯 시

from text 2009/04/28 21:55
바람이 불고 철 지난 벚나무 검붉은 입술이 울고 꿈결처럼 대낮부터 미등 불빛들이 꼬리를 물고 신천으로 흐르더니, 오후 여섯 시, 따닥따닥 빗방울이 얼굴을 때린다. 창가에 선 나는 문득 파충류에서 포유류로 넘어가는 찰나, 시커먼 하늘 아래 콘크리트 건물들이 비로소 제 색깔을 드러낸다. 삽시간에 인적이 사라지고 고깔을 닮은 우산 하나 하늘을 날아오르는데 문득 새로운 것 하나 이렇게 세상에 떨어진다. 칼국수와 묵밥을 사이에 두고 오랜 시간이 흐른다. 그리운 것들 잠시 접어두고 고요한 휴식을 시작한다. 다음은 김사인의 시집 '가만히 좋아하는'에서 노숙 전문.

헌 신문지 같은 옷가지들 벗기고
눅눅한 요 위에 너를 날것으로 뉘고 내려다본다
생기 잃고 옹이진 손과 발이며
가는 팔다리 갈비뼈 자리들이 지쳐 보이는구나
미안하다
너를 부려 먹이를 얻고
여자를 안아 집을 이루었으나
남은 것은 진땀과 악몽의 길뿐이다
또다시 낯선 땅 후미진 구석에
순한 너를 뉘였으니
어찌하랴
좋던 날도 아주 없지는 않았다만
네 노고의 헐한 삯마저 치를 길 아득하다
차라리 이대로 너를 재워둔 채
가만히 떠날까도 싶어 묻는다
어떤가 몸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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