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3'에 해당되는 글 8건

  1. 이름 4 2007/03/28
  2. M6 다섯 번째 롤 2007/03/22
  3. 그대가 준 잔을 내가 어찌 받지 않을 수 있겠소 2007/03/21
  4. FE 다섯 번째 롤 2 2007/03/16
  5. M6 네 번째 롤 2 2007/03/16
  6. 기도 2007/03/12
  7. M6 세 번째 롤 2007/03/04
  8. M6 두 번째 롤 2 2007/03/02

이름

from text 2007/03/28 16:30
좀 지난 이야기이긴 한데, 대법원 등기호적국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지은 이름은 남자 아이의 경우 민준, 여자 아이의 경우 서연이라고 한다. 이 두 이름은 2004년과 2005년에도 1위를 기록하였으며, 지난해 2, 3위는 남아의 경우 민재, 지훈 순이었고, 여아는 민서, 수빈 순이었다고 한다.

서연이의 이름을 지을 때 내가 고려한 것은 우선 좀 여성적이거나 중성적인 이름일 것, 그리고 가급적 흔한 이름이 아닐 것 정도였는데, 이게 이런 결과를 만나고 보니 좀 당혹스러운 게 사실이다. 그 전에 0124님은 어디서 저와 나, 서연이의 이름을 넣어보고는 서연이 이름을 바꾸면 어떻겠냐며 고민한 적이 있는데, 그때와 달리 조금 흔들린다. 상서로울 瑞에 벼루 硯, 2003년에 지으면서 포털 사이트에 여러 번 검색해보고도 많은 이름을 만나지 않았었는데, 흔하면 어떠냐 싶으면서도 왠지 껄끄럽다. 자꾸 그리 생각해서 그런지 딱 서연이구나 싶었던 서연이가 이제는 서연이랑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마저 든다. 작명소에서 짓던지 집안 어른이나 이름난 어른이 지어주시던지 했다면 이러지 않았을텐데 하는 생각도 들고. 하지만 다시 우리가 머릴 맞대어 짓는단들 뾰족수가 있겠냐도 싶고, 막상 진짜 바꿀까 생각하니 뒷목을 잡아채는 무언가도 있다.

* FE와 니꼬르 수동 단렌즈들을 좋은 분들께 넘겨드렸다. 홀가분하다. 스무살 언저리에 잠시 만져보았던 수동SLR의 그 느낌을 깨워준 FE에 대한 고마운 마음과 아쉬운 마음이 교차한다. 시집가서 대우받고 잘 살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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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6 다섯 번째 롤

from photo/M6 2007/03/22 00:27
FE고 M6이고 첫 롤이랄 때는 제목만은 그럴 듯 했는데, 그리고 두 번째, 세 번째랄 때에도 하루에 한 군데에서만 찍는 것도 아니고 제목 붙일 걱정도 없어 옳다구나 싶었는데, 결과물이 신통찮고 별로 올릴 만한 것도 없으니 그것도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구나 싶다. 시리즈처럼 시작했다 스리슬쩍 막을 내리기도 그렇고, 일단 가볼랜다.

지난 일요일, 대구실내체육관 베니건스존에서 난생 처음 농구 경기를 관람했다. 야구보다 월등히 박진감 넘치고 중간중간 경기를 쉬는 시간까지 숨돌릴 틈 없이 진행하는 재미가 있었다. 요즘 블로그를 방치하는 만행을 저지르고 있는 먼길가는 자와 그의 마나님, 두 공주님들과 함께.

* Leica M6, summicron 35mm 4th, 코닥 울트라맥스400

정말 오랜만에 집중해서 영화를 보았다. 맨 앞 부분부터 보지 못하고 케이블채널 MBC무비스를 통해 티브이 화면으로 봤지만 장면장면이 그림이라 꼼짝하지 못하고 빠져들었다. 장쯔이에게서는 더욱 눈을 뗄 수 없었다. 펑 샤오강 감독의 야연(夜宴).

기억에 남는 전언. 가장 독한 독은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 가면을 쓰고 공연하는 이유에 대해 가면을 쓰지 않으면 얼굴로밖에 희로애락을 나타내지 않는다는 대답, 그리고 마지막 즈음 독배를 들고 죽어가는 황제의 대사 '그대가 준 잔을 내가 어찌 받지 않을 수 있겠소'.

FE 다섯 번째 롤

from photo/FE 2007/03/16 20:14
마지막 롤이라 생각하고 실내에서 대충대충 찍었더니 별로 볼 게 없다. 필름카메라 두 대를 쓴다는 게 아무래도 맞지 않는 것 같아 고심 끝에 장터에 내놓았는데 아직 임자를 만나지 못했다. 바디만 남을 게 뻔해 일괄로 내놓았는데, 렌즈는 역시 둘다 인기라 문의가 많은데 바디는 팔릴 기미가 없다. M6만 아니라면 최상급 상태의 멋진 구성이라 생각하는데, 구태여 가격을 많이 내리기는 싫고 함께 가야하나 모르겠다.

* 니콘 FE, MF 28mm F2.8, MF 45mm F2.8P, 코닥 포트라160v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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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6 네 번째 롤

from photo/M6 2007/03/16 19:53
여러 날에 걸쳐 찍은 사진들을 인화해서 들여다보면 꼭 먼 일을 추억하듯 마음이 따뜻해진다. 그 기억에 잠기는 맛이 좋다. RF는 역시 저속에 강하고 아직 하나밖에 안 써봤지만 라이카 렌즈의 색감은 회화적이고 예쁜 것 같다. 그저 얻은 명성은 아니고 값을 하는구나 싶어 점점 마음에 든다. 일단 그 만듦새와 아름다움이 더해주는 찍는 즐거움을 이제 놓칠 수 없을 것 같다.

* Leica M6, summicron 35mm 4th, 후지 오토오토200

기도

from text 2007/03/12 01:08
요즘 들어 서연이 재롱이 부쩍 늘었다. 애교라고 해야 하나,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절로 웃음이 터진다. 신을 믿어본 적은 없지만 녀석을 우리 곁에 보내준 모든 것들에 감사하고 싶다. 보고 있으면 녀석에겐지 누구에겐지 모를 고맙단 말이 절로 맴돈다. 잘 살아봐야겠단 밑도 끝도 없는 각오를 다져보기도 한다. 문득 부끄럽고 낯간지러운 일들이 지나가다 뒤돌아본다. 어디서 배웠는지 어제 이 녀석이 제 어미를 기다리다 내 손을 꼭 잡고 같이 기도하자던 게 생각난다. 이제 녀석이 잠이 들고 내 눈에 바로 보이지 않아도 나는 어린 마음에 난데없이 기도를 하기도 하는 것이다. 이제껏 나를 포함해 누굴 위해 제대로 기도란 걸 해 본 적이 없으니 이렇게 떠듬떠듬 익혀가는 것이다.

* 몇 년 전 먼저 사신 분들(노태맹 형과 장정일 시인 내외, 알 만한 사람은 아는 서동훈 교수)과의 술자리 대화 중 한 분의 말씀에 좌중이 모두 박수를 치며 맞장구치던 기억이 난다. 당시 나는 크게 공감하지 못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참 옳은 말씀이었던 듯 하다. 자식들은 모두 어렸을 때 일생 몫의 효도를 다 한다는 것이며 해서 나중에 속썩인다고 이놈저놈 할 것 없다는 얘기였다. 간직하고 살아볼 만한 얘기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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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6 세 번째 롤

from photo/M6 2007/03/04 07:08
따뜻한 겨울을 나고 이제 더운 봄이 온다고들 한다. 나이가 들수록 더운 것 만큼이나 추운 게 싫어지더니 어느새 추위가 추억과 그리움의 세계로 드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3.1절날 서연이 새 학기 준비물을 사러 나서는 길에 걸어서 아하포토에 들러 M6 두 번째 롤 사진을 찾고 이 사진들의 스캔과 인화를 맡겼다. 경주 나들이 때 찍은 사진들과 이날 찍은 사진들.

저녁에 홈플러스에서 준비물을 고르다가 눈에 띈 자석용 벽걸이판을 구해 거실 벽에다 걸어주었다. 이것도 장식이라면 장식이겠는데 온통 아무 것도 없던 벽면에 걸어놓고 인화한 사진들 몇 장을 붙여놓으니 꽤 그럴 듯 하다.

* Leica M6, summicron 35mm 4th, 코닥 포트라160vc

M6 두 번째 롤

from photo/M6 2007/03/02 00:13
설 연휴 마지막날, 따뜻한 날씨가 아까워 바람쐬러 나가 케이블카를 타고 앞산엘 올랐다. 거리는 한산하였으나 산 위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앞산 케이블카를 타기 위해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모인 것도 처음 보았다. 내려와서 걷다가 이른바 회오리보케를 만들어볼 수 있겠다 싶은 배경을 만나 개방 사진을 찍어봤는데 그런대로 괜찮게 나온 것 같다. 흔히 이 라이카 즈미크론 35미리 F2 4세대 렌즈는 라이카 렌즈 중에서도 작고 예뻐서 많은 사람들이 좋아한다고 하며, 미주에서는 특히 보케의 왕이라 불린다고 한다. 작고 예쁜 건 틀림없지만 왜 보케의 왕이라 불리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앞산에서 찍은 사진들과 지난 토요일과 일요일 경주 나들이할 때 찍은 사진들 중 일부. 아하포토에서 스캔과 인화.

* Leica M6, summicron 35mm 4th, 코닥 포트라160v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