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앞에서

from text 2008/03/20 16:04
하마터면 계절도 참꽃도 모르고 지나갈 뻔 했지. 아침에 보니 일찍 핀 목련은 떨어지는 것도 있었다. 드문드문 개나리도 피었고 연둣빛 잎새를 단 나무도 눈에 띄었다. 문득 매캐하던 서울 하늘이 떠오른다. 근 한 달여 절반을 서울에서 보냈지만, 맑은 날을 본 기억이 없다. 며칠, 그 하늘처럼, 심란한 와중에 신경이 날카로웠나 보다. 마침 가까이 있다 찔린 사람들에게 미안하다.

우리 시대의 자유는 결국 '경제로부터의 자유'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인가. 길을 찾기가 쉽지 않다. 여차하면 길을 내면 된다는 거야 역시 술자리 허언에 지나지 않는 걸까. 어느 쪽이든 한 발 내디디면 모양 다른 나락으로 떨어질 것만 같다. 마치(어쩌면) 당당한 나락이냐, 안온한 나락이냐의 갈림길 같다. 모르거나 막혔을 땐 주저앉아 쉬거나 기다리는 법을 터득해왔건만, (시간이 허락하지 않는다면)티끌 같은 가벼움에 몸을 맡길밖에.
Tag //

M6 스물한 번째 롤

from photo/M6 2008/03/03 00:21
이 초라한 블로그가 나에게 가져다 준 게 적지 않다. 작은 허세일망정 지키게 하였으며, 단순한 기록을 넘어 생활을 반추하게 해 주었다. 살다보면 생기기 마련인 크고 작은 매듭마다 잊지 않고 새길 수 있게 하였으며, 서연이의 소중한 성장 과정을 간직할 수 있게 하였다. 그리고 알게 모르게 그보다 더한 것들도 주었다.

한동안 이 블로그에 글을 쓸 수 없을 것 같다. 말이 그대로 거짓이 되든, 사는 모양이 거짓을 증거하든 할 거라는 예감에 눌린다. 스스로를 배반하는 걸 언제, 어디까지 용납할 수 있을까. 스스로가 이기든, 배반이 이기든, 멋지게 타협하든, 죽도 밥도 절도 다 떨어지든 할 테지. 아직은, 알 수 없는 일이다.

* Leica M6, summicron 50mm 3rd, 후지 오토오토400

M6 스무 번째 롤

from photo/M6 2008/03/02 23:53
신상에 제법 큰 변화가 있었다. 그리고 아마 더 있을 것 같다. 진득하니 뭔 일을 못하는 놈이 딱 때가 된 게지, 하다가도 이게 영 엉뚱한 데로 접어드는 건 아닌가, 한다. 자꾸만 어디서 본 듯한 이미지 같지만, 두 번째 사진이 무척 마음에 든다.

* Leica M6, summicron 50mm 3rd, 코닥 프로이미지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