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2

from text 2008/07/01 09:50
아아저들은저들이지은죄를알지못하고우리는우리가죄지은줄알지못하나이다이제도저제도저희가저희를용서한줄모르는것처럼우리도우리가새가슴부여안고버팅기는줄영원히모를것을믿사옵나이다해가돋고별이지는것이정하신이치이듯이언젠가는저희도가고다시오지않을것을아옵고저가나를모르는것처럼나도저를알지못할것을아옵나이다어제도오늘도부재중인우리는우리의부재를더는슬퍼하지아니하옵나니바라지않고건네지않아도별이돋고해가지는것과마찬가지로우리를모른척하옵소서이제도저제도나라와권세와영광이저희에게있다일컬어지고있으며저는저가일컫는것이망령된것임을알지못하나이다보시는바들으시는바와같이저가달리구하는것이없으니새가슴이라도부여안고올곧이부재하는저를죄없다하지아니하지마옵소서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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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장마

from text 2008/06/27 00:25
누구나 제 몫이 있다더니, 마감 전에는 알 수 있는 건가. 마른장마 지나는 동안, 나 스스로 나와 세상의 어떤 가능성을 닫은 느낌, 돌이킬 수 없는 한 걸음을 천천히 내딛는 느낌이다. 이미 강제된 느낌. 세상은 그러나 또 그때, 그에 맞는 얼굴을 보여줄 게다. 제 본성대로 썩은 손짓이라도 하고야말 테니. 그때, 어디로 갈지는 역시 그때밖에는 모르는 것이지만. 세상에 축복 있을진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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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그땐

from text 2008/06/25 14:49
조직이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겠고, 세상이 필요로 하는 사람도 있겠다. 말하자면 역사가 요구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말이다. 아무도 원치 않는다 하여 접시 물에 코를 빠뜨릴 필요는 없는 것이다. 세상은 그만큼은 풍부하고 다채로운 것이다. 내가 아는 것보다 충분히 악의적인 것이다. 해서 말인데, 술과 안주 앞에 맹세를 놓듯이, 두 손 두 발 놓고, 우리가 세상을 외면하잔 거다. 물론 사태의 결말을 책임질 순 없다. 다만 그땐 손짓이 보일 거라 장담할 수 있다. 세상이든 누구든, 저도 돌아앉게 마련이니.

* 별처럼 찾아온 거다. 고운 꽃처럼 다가온 거다. 부여안지 않을 수 없는 거다. 안고 가지 않을 수 없는 거다. 그게 명령이다. 그때 명령의 정체다. 손짓마저 외면할 수는 없는 것, 돌이킬 수 없는 것이다.

* 조금 전, 노태맹의 '푸른 염소를 부르다', 권여선의 '분홍 리본의 시절', 블라디미르 일리치 레닌과 슬라보예 지젝의 '지젝이 만난 레닌'이 왔다. 올해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작인 권여선의 '사랑을 믿다'를 보고 마음 동해 주문한 책들. 거기 여러 잠언들이 있었지만, 하나만. 고통은 무례를 용서하게 만드는 법이다.

다음은 태맹이형의 시집 뒤에 실린 인상적인 '시인의 산문' 중 한 구절. 내가 이 세상에서 태어나 가장 오래, 가장 강렬하게 사랑한 이 것. 조사 하나를 들고 밤새 문장 한 구석에 꿰어 맞추기하던 날들. 입 안에 얼음이 씹힌다. 고맙다, 덕분에 많이 고통스러웠다. 젠장.

그리고 시 한 편. 동백꽃이 지지 않는다.

5월이 다 지나도록
아파트 화단 동백꽃이 지지 않는다.
져야 할 것이 지지 않으니
끔찍하고 불안하다,고
생각하는 건 확실히 강박장애다.

난 중력에 병들어 있는 거다.
동네 돼지 수육집 혼자 막걸리를 마시며
이제 아무에게도 나를 이해시키지도
누구에게도 나를 설명하지 않겠다고 결심하는 건
내가 늙어가고 있다는 거다.

그러나 革命이
붉은 날개를 달고 날아오르든
동백꽃처럼 그 자리에서 지지 않든
그건 동백이 가고 그 동백을 만나러 오는
봄바람의 몫이다. 모가지를 꺾고
붉게 데굴데굴 굴러다니는
봄바람의 동백꽃들 몫이다.

막걸리잔에 앞머리 적시며 졸다가
나 문득 한 소식 본다. 사랑이란
그 사랑을 타인으로 놓아주는 것
지지 않는 동백꽃을
그저 붉은 동백꽃으로 바라다보는 것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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