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개설 일주년

from text 2007/06/13 14:54
블로그를 개설한 지 어언 일년이 되었다. 그리고 어느덧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다. 스무살 언저리 때만 해도 마흔이라면 아저씨도 그런 아저씨가 없었는데 이제 그 나이에 이르니 나는 왜 이리 어리나 하는 생각만 든다. 서른 즈음에는 딱히 그리 서러운 것도 없으면서 표나게 서러워하고 끊임없이 그것을 인식하곤 했던 것 같다(이렇게 말하고 보니 0124님께 특별히 더 미안하다). 그래도 지금은 상대적으로 덤덤한 게 그나마 나이 먹은 태는 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생각해보니 스무살이 되기 전 한 때 결코 스무살이 되지 않을 거라 큰 소리치던 시절도 있었다. 때때로 어울리던 여학생들 중에는 철석같은 믿음으로 함께 하겠다고 다짐하는 이들도 있었다. 참 아련한 일이다. 조금 전 일주년 기념과 마흔에 이른 심신에 대한 위로를 핑계로 오십미리 즈미크론 렌즈 하나 질렀다. 사실 엊저녁 공셔터 좀 날리다가 갑자기 계시를 받아 질러놓고는 좋은 핑계거릴 찾은 것이다. 마음 같아서는 오십주년 기념으로 나온 놈을 사고 싶었지만 여러 형편을 고려하여 삼세대로 질렀다.

블로그를 왜 운영하는 걸까. 사진을 왜 찍는 걸까 하는 물음처럼 세태나 타인에 대해서는 그럴 듯한 답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나에게 물어보니 잘 모르겠다. 아직 어리고, 미혹하며, 살아가는 중이니까 뭐, 천천히 걸어가 볼란다.

참여수업

from photo/D50 2007/06/02 21:23
어제 어린이집 참여수업이 있었다. 0124님 말로는 우리집 빼고는 대부분 온 가족이 다 와서 사진도 찍어주고 그런단다. 그래서 꼭 오란다. 첫 시간이 시작되고 얼마 안 되어 도착하였는데 나 외에 딱 한 사람만 아버지가 왔고(첫 시간이 끝나자마자 가버렸다) 할머니까지 세 명이나 온 집은 우리밖에 없었다. 좀 민망했지만 어쨌든 사진도 좀 찍었고 어린이집에서 잘 생활하는 것 같아 보기 좋았다. 근래 집에서 찍은 사진도 몇 장.

* 준탱이가 왔다. 일항사 교육과 시험 준비로 유월 한 달 또 부산으로 간대니 이번에도 볼 날이 많지 않을 것 같다. 어젯밤 늦게 만나 많이 마셨더니 몸이 겁이 난다. 즐기되 과하지 않았으면 한다.

M6 아홉 번째 롤

from photo/M6 2007/05/31 23:20
지난 달 말 대영일식집에서 진숙씨 만났을 때부터 지난 일요일까지 사진이니 꼬박 한달 만이다. 윤중호의 고향길에 붙은 김종철 선생의 발문에 다음 구절이 있었다.

연전에 나온 그의 산문집 '느리게 사는 사람들'의 한 대목에서 그는 나를 가리켜서 "이 세상이 진보라는 이름으로 쌓아 올린 여러 가지 혜택이 결국은 우리 모두를, 이 땅 위에서 살고 있는 모든 생명을 망가지게 할 것이라는 걸, 이론이 아니라 몸으로 느끼는 그런" 사람이라고 말하고, '녹색평론'은 "그저 그런 생각을 함께 나눠 가지려는 작은 몸짓일 뿐이다"라고 설명하고 있었다. 나는 이 구절을 보고 부끄러우면서도 몹시 반가웠다.

* Leica M6, summicron 35mm 4th, 후지 오토오토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