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가 결정되었다. 소식을 들은 아내는 존재와 무를 덮고 소리없이 웃는다. 어느 저녁, 무심한 영혼은 정갈히 손톱을 다듬고 술을 마시러 나간다. 짐승이 사냥에 나서기 전에 발톱을 갈듯 잘 갈무리한 손톱을 전장에 내어놓는 것이다. 분지는 습도로 충만하고 술잔에는 저마다 가속도가 붙는다. 서로 침범하던 무리 일부는 상대의 영역에서 소리내어 운다. 풍문은 풍문에 그치고, 어떤 가슴은 그 자리에 거꾸러진다.
유월, 다시 둥지를 틀었다. 낯익은 곳이면서 낯설다. 장마 한가운데 모처럼 자판을 마주하고 있자니 묵은 것들이 눅눅하게 올라온다. 사무실 바닥에는 며칠 슬픈 가락처럼 검정왕개미가 잔뜩 출몰하였다.
유월, 다시 둥지를 틀었다. 낯익은 곳이면서 낯설다. 장마 한가운데 모처럼 자판을 마주하고 있자니 묵은 것들이 눅눅하게 올라온다. 사무실 바닥에는 며칠 슬픈 가락처럼 검정왕개미가 잔뜩 출몰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