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보 3

from photo/D50 2010/07/25 20:36
서연이가 제2회 대구시장배 전국 바둑대회에서 파죽의 9연승을 기록하며 1학년부 우승을 차지하였다. 제1회 대회에서의 어린 모습을 말끔히 씻고 넉 달 사이 내리 3개 대회에서 1위를 차지하며 지역 어린이 바둑계에서 꽤나 유명 인사가 되었다. 연이어 대회를 지켜보며 나도 어느 정도 긴장을 덜었지만 오늘 녀석은 유난히 덤덤한 모습을 보였다. 자신의 대국이 모두 끝나고 바둑학원 원장의 주선으로 한 전직 원장과 다섯 점 접바둑을 둘 때의 낯선 집중력까지 갈수록 녀석의 내면에 자라나는 것을 가늠하기 어렵다. 내일이면 나는 몽골에 있을 것이고 글피에 녀석은 서울에서 첫 전국 대회를 치를 것이다. 모쪼록 저와 내가 넓어지고 깊어지는 계기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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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딩 촬영

from photo/D50 2010/07/23 23:41
지난 20일, 구월 결혼을 앞둔 연애 10년차 커플의 웨딩 촬영장에 함께한 0124님과 션. 언제나 조카들을 대하는 마음이 남달랐던 처제, 늘 고맙고, 축하해. 든든한 홍과 언제 어디서든 지금처럼 살가운 정을 나누며 잘 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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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든

from text 2010/07/13 02:07
나는 살겠다 말하거라. 혹시 죽게 되어도 그것이 내 뜻이 아니라 말하거라. 허니 편안하게 가시라 말씀드려라. 내게 그분을 살릴 힘이 없으니 그것이 한이다 말씀드려라. 그러나 내가 이제 세상을 알았다 또한 말씀드려라. 저들이 저들의 죄로 살고 죽는 것을 내가 두 눈 뜨고 다 보리라 말씀드려라.

그리되기 어려울 것이나 혹시 그럴 길이 있다면…… 무엇을 팔아서라도 목숨을 구하시라 전하거라. 그것이 내가 서찰에 쓰고자 했던 말이었음을…… 네가 전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잊지 말거라. 그러나 모든 것이 헛되고 헛되니……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오직 한마디뿐이다. 좋은 세상에서 만났다면, 나 또한 이런 모습은 아니었으리라…… 내가 그저 물 흐르는 마음으로만 살았으리라…….

김인숙의 소현 중에서, 어쩌면 책의 전체 맥락에서 가장 동떨어진 한 대목. 첫 장부터 읽는 내내 김훈이 자꾸만 떠올랐으나, 문장과 그 문장이 이룬 세계에 쭈욱 빨려들고 말았다. 갑작스런 인사이동으로 터가 바뀐 탓에 어울리잖게 영 짬이 안 나고 여유가 없더니 조금씩 숨통이 트이는가, 쓸 말은 없으되 모처럼 늦은 밤에 마주하는 자판이 정겹다. 언제 그랬던가. 칠월의 밤이 좋고 가벼운 빗밑이 좋다. 그래, 가벼울 나이도 되었지. 누구든 어린 날은 충분히 무거웠고 지난날은 돌이킬 수 없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