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3

from text 2009/11/14 00:55
포스팅도 뜸하고, 그저께 아침 밥상에서 제 어미와 서연이의 대화 한 토막.

어제 축구 누가 이겼게요?
음, 서연이 팀?
아니.
그럼 상대편 팀?
아니.
무승부구나?
아니.
그럼?
축구 안 했어. 바람이 그렇게 불고 추운데 축구는 무슨 축구?

임플란트 2차 수술을 끝내고 실밥 푼 지 일주일도 안 되었건만 방금까지 사흘 내리 술을 먹었다. 잔뜩 흐리거나 비도 간간이 뿌리는 날들, 어지럼증에 보름째 37.2도의 열은 가시지 않았으나 술맛은 여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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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오후

from photo/D50 2009/11/01 16:46
이사하고 한 달 만에 처음 사진기를 들어보았다. M6에 필름을 넣어둔 지는 반년이 훌쩍 넘었다. 낮잠 속으로는 싯누런 물고기가 귓전을 날아다녔다. 날카로운 미늘은 내 목 어딘가도 묻힌 듯 하였다. 까무룩 그때 그 잠 속으로 떨어지고만 싶었다. 그까짓 것 꾸욱 삼킨 채로 같이 날아오르고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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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from text 2009/10/26 23:31
뒷울타리의 산수유꽃
흙담장 아래 코딱지꽃
부황든 들판의 보리꽃
수채구멍의 지렁이꽃
누이 얼굴의 버짐꽃
빚 독촉 아버지의 시름꽃
피는 봄밤에 몰래 집 나왔었는데
이젠 다시 살구꽃 피는
고향 그리워

김용락 선생의 시 고향 전문. 어제 신천을 지나 고산골로 해서 심신수련장 입구로 걸어 나오다 전류가 흐르듯, 끄트머리 길가에 걸린 이 꽃들을 만났다. 노래도 있다면서 그 옛날 문배형이 부르던 걸 기억하며 동행한 서연이에게 첫 소절을 불러주다 말고 왈칵 울음이 쏟아져 다 부르지 못하였다. 제대로 들어보고 싶어 찾아보니 같은 제목으로 민중문화운동연합의 노래모음 10집 '누이의 서신'에 실린 것과 코딱지꽃이라는 제목으로 2절 가사까지 붙인 백창우의 것이 있다. 책장에 꽂힌 그의 두 번째 시집 '기차 소리를 듣고 싶다'를 꺼내 살펴보니 뒷날개에 고향 그 노래가 김용락의 시였다니- 운운 메모가 있고, 염무웅의 해설에 첫 시집 '푸른 별'에 실린 시의 전문이 옮겨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