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이익 앞에

from text 2006/07/03 21:20
짧은 술자리였지만, 자기 계급의 이익도 지키지 못하는 놈들에 대해 신랄하게 욕하였다. 무슨 스트레스 해소라도 하듯 주절거렸다. 돌아오는 길, '장로'님 앞에서. '계급'이란 말도 '이익'이란 말도 하지 않고 쌍욕도 없었지만.

근데, 나는 비유로 들었던 것보다 더 작은 것에서도 얼마나 주춤거리며, 당당하지 못하였던가(못한가). 기껏 아무도 모르는 선거 때나 비밀 요원처럼 그 이익을 행사하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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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죽장 하옥

from text 2006/07/02 13:30
포항 죽장 하옥엘 갔다 왔다. 어제, 자발적이지도 비자발적이지도 않은 모임에서. 말 그대로 깊은 산골 오지에 온 듯, 두 시간 정도 거리에(경상도에) 이런 비포장길과 이런 풍광이 있다는 게 놀라웠다. 비가 산의 분위기를 더 살린 탓도 있겠지만, 자리를 같이 한 연변대학교의 한 교수는 장가계나 계림 갈 필요 없겠다 할 정도였으니.

하옥산장이란 곳에서 오리구이와 돼지바비큐에 코냑, 소주, 맥주를 섞어 마시고, 대구에서 이차로 맥주를 잔뜩 먹었더니 머리가 흔들리고 무겁다. 지난 번 금주를 깨고 술을 마시고부터는 한 주에 한번 꼴로 마시는 것 같다. 다소 양호해졌지만, 힘겹긴 매 한가지이다. 단수를 건너뛰기는 정녕 힘든 일인가.

김규항의 블로그에 트랙백 단 후 방문객들이 늘었다. 아니 방문객도 생겼다고 해야 하나. 느낌이 묘하다. 대문 사진을 디기가 찍어준 얼굴에서 국화꽃으로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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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책읽기

from text 2006/06/30 14:18
김규항의 블로그에 갔다가 '행복한 책읽기'를 보았다. 그 도저한 상상력과 예민한 촉수에 흔들리던 날들이 떠오른다.

김현의 '행복한 책읽기', 권성우의 '비평의 매혹'과 함께 한참 푹 빠져서 읽은 기억이 난다. 누군가 행복한 책읽기는 책 읽기에 대한 것이라기보다는 꼭 등산 예찬론(등산 길잡이?) 같다고 이야기한 걸 나중에 본 일이 있지만, 참 그랬다. 지금도 한번씩 등산이 하고 싶거나, 등산을 꾸준히 해볼까 나름 심각하게 고민할 때쯤이면 이 책이 떠오른다.

김현이 갔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나는 가소롭게도 그럼 이제 나의 시는 누가 읽어주나 뇌까리고 있었다. 태맹이형에게서 김현 읽어봤나 라는 말을 들은 이후 김현의 글들을 찾아 읽으며 그 세계로 점점 빠져들던 기억이 새롭다. 그 때문에 그가 가고 난 후 목포에도 가고 싶어 했으니 말이다.

권성우의 비평의 매혹을, 아니 권성우를 떠올릴 때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그 책의 한 단락을 이루는 글의 첫머리, '그날이 오면이라는 노래를 목놓아 부르던 시절이 있었다'(찾아보니 한 글자 안 틀리네)는 대목이다. 그 책을 읽으며 새로운 세대를 대표하는 평론가가 될 거라고 장담했었는데..

예전에 행복한 책읽기에서 메모해 놓은 글들.


사람은 무엇보다도 먼저 불안감에서 해방되려 한다. 위대한 선동가는 그것을 이용하여 우선 사람을 불안하게 만들고 그것을 해소하는 가장 손쉬운 길을 제시한다. 그 길이 축제로 변할 수 있을 때 혁명은 완성된다

마르크시즘은 철학적 개념의 히말라야 산맥이지만, 히말라야에서 뛰어노는 꼬마 토끼가 계곡의 코끼리보다 더 크다고 믿어서는 안 된다 - 루카치 '체험된 사유 말해진 기억'

시는 시로 읽어야 한다. 그의 시는 그의 시의 구체성 속에서 이해되어야지 그것을 낳은 논리 속에서 이해되어서는 안 된다

마음 깊숙한 곳에서는 보수주의가 자리잡고 있는데도 진보주의자인 척할 때는, 사소한 것에 과격해지고, 본질적인 것에는 무관심해진다 - 김치수

남들이 다 병들어 있으면, 아프지 않더라도, 아프지 않다는 것을 널리 알리는 것은 좋지 않은 것이 아닐까


그리고,

젊은 사람이 할 만한 일이 있다면 사랑과 혁명일 것이다. 그러나 사랑은 도피이며 혁명은 좌절이다 - 김현 '사회와 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