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4일, 새 학기부터는 유치원에 다닐 예정이라 어린이집에서는 두 번째이자 마지막 재롱 잔치. 어린이회관 꾀꼬리극장에서. 무대 위에서 제 어미랑 눈이 마주치자 아빠는? 할아버지는? 삼촌은? 하고 식구들 찾던 게 무척 사랑스러웠다. 긴 시간 씩씩하고 예쁘게 잘 해냈다.
요즘 일이 바빠 연휴에 맞물린 어제 같은 놀토에도 느지막하나마 일을 보러 나갔었다. 늘 그렇듯 쫓기듯 바쁜 일이야 아니지만 어느 때보다 잘 풀렸으면 하고 바란다. 역시 일을 한 0124님이 일을 마치고 서연이와 교보문고에 들러 찍은 사진. 이제 처분하기도 어려운 카메라, 언제 화이트밸런스 맞추는 법이나 일러줘야겠다. 다음은 0124님의 전언.
Keith Jarret의 새 음반을 들으며 하는 말, 엄마 이거 괜찮은데요. 뭘 알고 하는 말인지, 내가 좋아하는 음악이 흐를 때면 언제나, 엄마 이거 우리가 좋아하는 거다. 먼 훗날 정말 그와 취향이 비슷하다면 하고 소망해 본다.
대구우체국엘 갈 일이 있어 나갔다가 이이팔기념중앙공원에서 만나 서연이가 찍은 사진, 그리고 어린 사진사. 남은 필름이나 소진하게 사진기 갖고 나오랬더니 서연이가 자기도 찍을 수 있는 사진기를 갖고 가재서 오공이도 들고 나왔댄다. 잘 몰랐는데, 아무래도 사진 찍을 때 표정을 좀 바꿔봐야겠다.
오늘 아침 출근 준비하느라 샤워하는 중에 서연이가 쓴 편지. 내용인즉슨 '나중에 아빠 생일에 케이크 먹을게요 알았죠 사랑해요' 되겠다. 얼마 전부터 케이크 먹을 욕심에 다음달 말에 있는 제 생일을 노래 부르더니 방법을 조금 바꿨나 보다. 자식에게 처음 편지(?) 받아보는 기분이 이런 거구나. 사진벽에다 고이 붙여두었다.
어제 모처럼 처가 식구들이랑 다사까지 밥 한 끼 먹으러 갔다. 오리 고기 맛이야 별로 입에 맞지 않았지만 주인 아저씨 마음씨가 좋았다. 나오는 길에 호박 한 덩이를 거저 주시더니 밭으로 가 깻잎을 마음껏 따가게 해주셨다. 0124님 덕에 서연이 어린이집 참여수업 이후 처음 오공이를 만져보았다.
토요일부터 어제, 오늘, 내일까지 휴가다. 지난 한주 서연이 방학도 끝나고 월요일 오전 조용한 집에서 혼자 블로글 들여다보고 있자니 비로소 평화가 흐른다. 어제처럼 설치고 나대는 서연이를 본 적이 없다. 망할 놈의 파워레인저.
어제 어린이집 참여수업이 있었다. 0124님 말로는 우리집 빼고는 대부분 온 가족이 다 와서 사진도 찍어주고 그런단다. 그래서 꼭 오란다. 첫 시간이 시작되고 얼마 안 되어 도착하였는데 나 외에 딱 한 사람만 아버지가 왔고(첫 시간이 끝나자마자 가버렸다) 할머니까지 세 명이나 온 집은 우리밖에 없었다. 좀 민망했지만 어쨌든 사진도 좀 찍었고 어린이집에서 잘 생활하는 것 같아 보기 좋았다. 근래 집에서 찍은 사진도 몇 장.
* 준탱이가 왔다. 일항사 교육과 시험 준비로 유월 한 달 또 부산으로 간대니 이번에도 볼 날이 많지 않을 것 같다. 어젯밤 늦게 만나 많이 마셨더니 몸이 겁이 난다. 즐기되 과하지 않았으면 한다.
어제 도착한 Nikkor 45mm 2.8P 실버 렌즈. 막상 전용 필터에 전용 후드까지 장착하고 나면 좀 두꺼워지기는 하지만, 그래도 FE에 장착하였을 때 전체 크기는 M6에 summicron 4th 장착한 거랑 거의 똑같다. 색상이 서로 바뀌었으면 어땠을까 싶지만, 나름대로 둘다 이쁘다. 좋은 생각이랍시고 확신을 갖고 영입하였는데 뭘 방출하여야 할 지 여전히 고민이다. 성격상 조만간 확 정리해버릴 것 같긴 한데, 모르겠다.
* 정리 대상으로 생각한 네 개 가운데 50.4는 없으면 아무래도 안 될 것 같아 50.2와 28mm 2.8, 70-300ED를 장터에 올렸다가 28mm는 보류하였고 50.2는 서울에서 예까지 내려온 S5Pro 유저에게 양도하였으며 70-300ED는 잘 생긴 대학생에게 착한 값에 양도하였다.
M6을 구입하곤 별로 찍을 일이 없어 엊그저께서야 테스트롤을 인화하여 볼 수 있었다. 역시 FE에 니꼬르렌즈로 찍은 놈이나 뭐 별반 다를 것도 없지만서도 괜히 좀 맑고 투명한 느낌은 받았다. 일부러 오토오토200으로 찍고 같은 사진관에다 맡겼더랬다. 그저 테스트라 생각하고 스캔하지 않아 결과물을 올릴 순 없고 대신 자태나 한 번 올려본다. 역시 멋지구리한 FE도.
처음 하는 재롱 잔치. 아침부터 컨디션이 좋지 않은데다 도중에 열이 올라 해열제를 먹고도 끝까지 다 하고 가겠다며 우겨 잘 해냈다. 어두울 거라 생각하고 50미리 단렌즈 하나만 챙겼다가 0124님께 욕 많이 얻어먹고 후회 좀 했더랬다. 조명이 밝아 70-300ED로도 충분하였을텐데 말이다.
생각해 보건대 사람이 한 평생을 산다는 것이 축복을 받으며 세상에 나와 의미있는 삶은 아니라 할지라도 즐겁고 재미있게 살다 따뜻한 환송을 받으며 가야 자연스러운 일이 아니겠는가. 구태여 생로병사의 괴로움을 곱씹어 끄집어내지 않더라도 돌아가는 세태는 늘상 이렇게 아둥바둥 허겁지겁 살다가길 강요하니 이 무슨 같지 아니한 일이란 말인가.
실례를 범한 건 아닌가 싶어 말인데, 여성생식기털사진 검색하신 분들, 어쩌면 학술적이거나 예술적인 필요에 의해서인지도 모르겠다. 오줌 누다 불현듯 떠오른 생각인데, 아무래도 조합이 그럴 듯 하지 않은가 말이다.
어디서 배웠는지 크레파스로 칠하곤 휴지를 뭉쳐 색깔을 섞고 번지게 하고 있다. 자세가 제법 그럴 듯 하다. 어제 오랜만에 디종 나들이한 사진도.
서연이 두번째 파마한 날. 지난 번 파마한 게 낫다는 말을 너무 자주 들은 걸까. 0124님과 함께 미용실에 간 서연이가 웬 오줌을 쌌다길래 내의랑 바지 챙겨 갔다가 깜짝 놀랐다. 뽀글뽀글. 오는 길에 봉덕시장엘 들렀는데, 이 녀석이 뭐가 그리 신이 났는지 보는 사람마다 큰 소리로 '안녕하세요' 인살 하는 바람에 시장이 떠들썩할 정도였는데, 여러 번 딸인가 아들인가 묻는 분들이 계셨다. 핀을 꽂아놓으니 정말 영락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