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그것이 무엇이든, 영원한 걸 꿈꾸고 그리워한다. 언제부터 그랬는지 알 수 없지만, 한번도 그런 생각을 해본 적 없는 사람도 그렇다고 하면 으레 고개를 끄덕일 정도는 된다. 길을 잃고 헤매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나침반이나 지도, 또는 길을 잘 아는 사람이 아니라 그 길에 그만 익숙해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물론, 알 수 없는 일이다. 어쨌든 이렇게 알 수 없는 말들을 또다시 늘어놓는 것은 영원한 것이라곤 영원히 없을 거라는, 누가 찍은 건지 알 수 없는 낙인 때문이다. 그 자국이 아직 시뻘겋게 타고 있기 때문이다. 종일 겨울비가 그렇게 내리더니 내어놓은 가슴에 남은 흔적은 지울 생각도 않고 저만치 달아나고 말았다. 자, 누굴 원망할 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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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 위에 모래로 쌓은 탑 같은 거였어. 예뻤냐고? 술잔을 놓으며 남자가 말했다. 그때 내가 볼 수 있는 건 나를 보는 나밖에 없었어. 여자가 잔을 채웠다. 낮게 깔렸던 꽃잎처럼 잠시, 여자의 가슴이 부풀어 올랐다. 의지로 할 수 있는 게 얼마나 될까, 언제나 짧은 여생, 생업이든 사랑이든. 모든 별들이 나무 틈으로 집중하였으므로 노랗게 치장하던 달은 술잔 아래 숨고 말았다. 여자는 낮게 깔리는 꽃잎을 따라 천천히 숨을 죽이고 있었다. 술잔이 놓였던 자리에 슬몃 물기가 스몄다. 나무 틈으로 비를 머금은 새떼가 가득 날아들었다. 소란한 시간이 왔군. 남자는 오랜 그리움인 양 여자의 손길에 머리를 맡겼다. 모래를 두 숟가락이나 먹었더니 배가 불러요. 당신을 만나기 전에는 진흙으로만 한 공기를 거뜬히 비웠답니다. 찰진 똥을 누었더랬지요. 새처럼 지저귀며 여자는 손가락 사이로 흐르는 그리움을 만졌다. 별의 나이를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내 나이보다 적은 걸요. 여자가 꿈결 같은 머리칼을 더듬는 동안 남자는 다음 세상을 보고 있었다. (계속)
Tag // 남자와여자
남자와 여자는 소리 없는 찻집에 마주앉았다. 주인도 시중꾼도 없었다. 해바라기 모양을 한 시계만이 움직이는 물체였다. 나를 닮은 딸을 낳아 당신께 드리고 싶어요. 내가 없더라도 당신을 잘 보살필 거예요. 여자가 말했다. 그 전에 나를 떠나면 당신을 죽여 버릴 거예요. 왼손 검지 손톱을 살짝 들어 바닥을 기는 이를 지그시 누르는 의지보다 간단히, 찍 소리도 없이 가볍게. 그때, 남자는 믿었을까? 이 작은 행성보다 더 작은 체구가 전하는 다짐을. 다른 별들이 돋기 시작했을 때, 함께 나무 틈에 가 숨기 전에 남자가 말했다. 오늘은 꽃잎을 띄운 맑은 술을 한 잔 하고 싶군. (계속)
Tag // 남자와여자
길을 걷다, 남자가 물었다. 여기가 어딘가? 당신의 주위를 돌고 있는 작은 행성이에요. 여자가 말했다. 당분간, 아무도 이 별을 찾는 사람은 없을 거예요. 창백한 해바라기들이 남자를 보고 웃고 있었다. 하얗게 바랜 저 달은 당신을 닮았군, 남자가 낮게 중얼거렸다. 해는 지레 길게 이울었지만, 어디에도 그림자는 없었다. 이 별 어디에도 이제 누군가 남겨놓은 흔적은 없어 보였다. 물론, 그런 건 애초부터 없었던 건지도 모른다. (계속)
Tag // 남자와여자
가슴이 콩콩여 가슴에 손을 얹었더니 심장, 그 바닥까지 닿았네
가만히 손 위에 올려놓고 보니 나를 응시하는 두 눈동자
물끄럼한 서슬에 희미한 웃음만 흘렸네, 꾸깃꾸깃 제자리에 넣어두었네
남자는, 그랬다. 바깥 구경 한번에 온 세상을 알아버린 듯, 제집에서 날뛰다 두 눈이 멀어버린 것이다. 그럼, 여자는? 희죽, 죽을 쑤어 제 머리를 덮어버린 것이다. 지나가는 개에게나 주라고? 아나, 받아라. (어떤 행성 이야기, 계속)
가만히 손 위에 올려놓고 보니 나를 응시하는 두 눈동자
물끄럼한 서슬에 희미한 웃음만 흘렸네, 꾸깃꾸깃 제자리에 넣어두었네
남자는, 그랬다. 바깥 구경 한번에 온 세상을 알아버린 듯, 제집에서 날뛰다 두 눈이 멀어버린 것이다. 그럼, 여자는? 희죽, 죽을 쑤어 제 머리를 덮어버린 것이다. 지나가는 개에게나 주라고? 아나, 받아라. (어떤 행성 이야기, 계속)
Tag // 남자와여자
어떤 사람을 아는 사람은 희망 없이 그를 사랑하는 사람뿐이다.
비 내린 일요일, 약에 취해 하늘거렸다. 달랠 길 없었다. 오래된 처방은 하룻밤 진통에 그쳤다. 여름 한낮, 낮술 먹고 나온 듯, 나 몰라라 말갛게 씻긴 하늘이 미워 비틀거렸다. 아프지 않기를, 나 말고는.
비 내린 일요일, 약에 취해 하늘거렸다. 달랠 길 없었다. 오래된 처방은 하룻밤 진통에 그쳤다. 여름 한낮, 낮술 먹고 나온 듯, 나 몰라라 말갛게 씻긴 하늘이 미워 비틀거렸다. 아프지 않기를, 나 말고는.
인자가 자기 영광으로 모든 천사와 함께 올 때에 자기 영광의 보좌에 앉으리니 모든 민족을 그 앞에 모으고 각각 분별하기를 목자가 양과 염소를 분별하는 것같이 하여 양은 그 오른편에, 염소는 왼편에 두리라 그 때에 임금이 그 오른편에 있는 자들에게 이르시되 내 아버지께 복 받을 자들이여 나아와 창세로부터 너희를 위하여 예비된 나라를 상속하라 내가 주릴 때에 너희가 먹을 것을 주었고 목마를 때에 마시게 하였고 나그네 되었을 때에 영접하였고 벗었을 때에 옷을 입혔고 병 들었을 때에 돌아보았고 옥에 갇혔을 때에 와서 보았느니라 이에 의인들이 대답하여 가로되 주여 우리가 어느 때에 주의 주리신 것을 보고 공궤하였으며 목마르신 것을 보고 마시게 하였나이까 어느 때에 나그네 되신 것을 보고 영접하였으며 벗으신 것을 보고 옷 입혔나이까 어느 때에 병 드신 것이나 옥에 갇히신 것을 보고 가서 뵈었나이까 하리니
임금이 대답하여 가라사대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가 여기 내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 하시고
또 왼편에 있는 자들에게 이르시되 저주를 받은 자들아 나를 떠나 마귀와 그 사자들을 위하여 예비된 영영한 불에 들어가라 내가 주릴 때에 너희가 먹을 것을 주지 아니하였고 목마를 때에 마시게 하지 아니하였고 나그네 되었을 때에 영접하지 아니하였고 벗었을 때에 옷 입히지 아니하였고 병들었을 때와 옥에 갇혔을 때에 돌아보지 아니하였느니라 하시니 저희도 대답하여 가로되 주여 우리가 어느 때에 주의 주리신 것이나 목마르신 것이나 나그네 되신 것이나 옥에 갇히신 것을 보고 공양치 아니하더이까
이에 임금이 대답하여 가라사대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이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하지 아니한 것이 곧 내게 하지 아니한 것이니라 하시리니 저희는 영벌에, 의인들은 영생에 들어가리라 하시니라
마태복음 25장 31절에서 46절 말씀이다. 정국은 재미없고, 돌아가는 세태는 어수선하다. 다 털어내고 기본을 살필 때다. 자신의 바닥을 들여다보기 좋은 때가 아닐 수 없다. 간혹 부끄러운(또는 부끄러워 하는, 부끄러운 걸 아는) 얼굴을 만날 때면 오랜 친구를 만난 듯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우리는 때로 살아남는다는 핑계로 옛 기준으로라면 도저히 들고 다닐 도리 없는 얼굴들을 만들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느 때, 내 전부가 온전히 가 닿던 순간, 거꾸로 전해지던 가는 떨림을 기억한다. 믿음의 방편이란 그러한 것.
임금이 대답하여 가라사대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가 여기 내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 하시고
또 왼편에 있는 자들에게 이르시되 저주를 받은 자들아 나를 떠나 마귀와 그 사자들을 위하여 예비된 영영한 불에 들어가라 내가 주릴 때에 너희가 먹을 것을 주지 아니하였고 목마를 때에 마시게 하지 아니하였고 나그네 되었을 때에 영접하지 아니하였고 벗었을 때에 옷 입히지 아니하였고 병들었을 때와 옥에 갇혔을 때에 돌아보지 아니하였느니라 하시니 저희도 대답하여 가로되 주여 우리가 어느 때에 주의 주리신 것이나 목마르신 것이나 나그네 되신 것이나 옥에 갇히신 것을 보고 공양치 아니하더이까
이에 임금이 대답하여 가라사대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이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하지 아니한 것이 곧 내게 하지 아니한 것이니라 하시리니 저희는 영벌에, 의인들은 영생에 들어가리라 하시니라
마태복음 25장 31절에서 46절 말씀이다. 정국은 재미없고, 돌아가는 세태는 어수선하다. 다 털어내고 기본을 살필 때다. 자신의 바닥을 들여다보기 좋은 때가 아닐 수 없다. 간혹 부끄러운(또는 부끄러워 하는, 부끄러운 걸 아는) 얼굴을 만날 때면 오랜 친구를 만난 듯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우리는 때로 살아남는다는 핑계로 옛 기준으로라면 도저히 들고 다닐 도리 없는 얼굴들을 만들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느 때, 내 전부가 온전히 가 닿던 순간, 거꾸로 전해지던 가는 떨림을 기억한다. 믿음의 방편이란 그러한 것.
망각을 먹고 사는 짐승, 그 오랜 습속, 이 세상이 그 세상이었다니, 내가 떨어진 별은 도대체 어디란 말인가. 이 아침, 대기는 또 왜 이런다냐.
길었다. 은유할 길이 없었다. 지난 가을
두어 세월은 지낸 듯
늙은 몸이 감당하기 버거워
긴 호흡을 배웠다. 마디로 마디를 밟으며
나무를 건너는 동안
나무를 건너기 전의 나는 어디론가 가버리고
나무를 건너기 전의 나는 다시 만날 수 없겠지만
돌아보면 저만치
줄 끝에 매달린 그리움, 서러움.
그때, 지나며 보았지. 그렇게 무언가는 내려놓고, 무언가는 지고
계절을 나는 나무들, 잎보다 무성한 가지로도 가릴 수 없는 치부
나를 닮은 내 긴 그림자.
두어 세월은 지낸 듯
늙은 몸이 감당하기 버거워
긴 호흡을 배웠다. 마디로 마디를 밟으며
나무를 건너는 동안
나무를 건너기 전의 나는 어디론가 가버리고
나무를 건너기 전의 나는 다시 만날 수 없겠지만
돌아보면 저만치
줄 끝에 매달린 그리움, 서러움.
그때, 지나며 보았지. 그렇게 무언가는 내려놓고, 무언가는 지고
계절을 나는 나무들, 잎보다 무성한 가지로도 가릴 수 없는 치부
나를 닮은 내 긴 그림자.
겨울은 길고 그 겨울이 잉태하는 봄은 그 겨울을 어떻게 나느냐에 달렸겠지요. 알 수 없는 것들에 너무 마음 쓰지 말아요. 늘 피는 꽃이라고 또 피라는 법이 있을까? 늘 돌아오는 봄이라지만 다시 오지 않을지도 모르는 걸요. 소식 들었나요? 어느 동네에선 햇살 가득한 봄날 속으로 고운 할머니 하늘거리며 한 고개 넘어가실 때에 나비들이 나풀나풀 등 떠밀어 드린대요. 잘 사셨다고, 잘 가시라고.
오늘 아침 이야길 들으니, 서연이 녀석, 피아노학원에서 높은음자리, 낮은음자리를 익히고 진도가 꽤 빠른 모양이다. 가장 어린 나이임에도 전부터 배우고 있던 몇몇 아이들의 진도를 넘어섰다니 말이다. 그보다 더 즐거운 일은 아마도 이 녀석 바이러스에 감염된 선생님들이 거칠고 어설픈 모양을 버리고 친절하고 부드러워졌다는 것이다. 마음대로 착각한대도 할 수 없다.
그저께 아침에는 글씨 쓰는 일에 재미 붙인 녀석의 노트를 들춰보다 깜짝 놀란 일이 있다. '나는 가을에 피는 꽃이에요', 놀라는 마음 한편 밀려오는 어떤 감동을 느끼며 한참 되읽고 되읽었다. 그리고 다른 장을 펼쳐보는데, 거기에는 '나는 봄에 피는 꽃이에요', '나는 겨울에 만드는 거예요'가 써있지 않은가. 이런, 알고 보니 우리가 즐겨하는 수수께끼 놀이를 옮겨놓은 것이었다. 허나, 착각도 이런 착각이라면 평생을 하고 싶달밖에.
현실이라는 것에 반쯤만 발을 딛고 무언가에 취해 일생을 보낸다면 행복할 수 있을까 생각해본 적이 있다. 워낙에 현실에 굳건히 뿌리내리고 있는 사람들을 싫어하기도 하지만, 어쩌면 반쪽 살다 가는 삶일 수도 있을 텐데, 그러면 결국 마지막 갈 때 웃으며 즐거웠다고 할 수 있을까. 알 수 없는 일들이 점점 많아진다.
그저께 아침에는 글씨 쓰는 일에 재미 붙인 녀석의 노트를 들춰보다 깜짝 놀란 일이 있다. '나는 가을에 피는 꽃이에요', 놀라는 마음 한편 밀려오는 어떤 감동을 느끼며 한참 되읽고 되읽었다. 그리고 다른 장을 펼쳐보는데, 거기에는 '나는 봄에 피는 꽃이에요', '나는 겨울에 만드는 거예요'가 써있지 않은가. 이런, 알고 보니 우리가 즐겨하는 수수께끼 놀이를 옮겨놓은 것이었다. 허나, 착각도 이런 착각이라면 평생을 하고 싶달밖에.
현실이라는 것에 반쯤만 발을 딛고 무언가에 취해 일생을 보낸다면 행복할 수 있을까 생각해본 적이 있다. 워낙에 현실에 굳건히 뿌리내리고 있는 사람들을 싫어하기도 하지만, 어쩌면 반쪽 살다 가는 삶일 수도 있을 텐데, 그러면 결국 마지막 갈 때 웃으며 즐거웠다고 할 수 있을까. 알 수 없는 일들이 점점 많아진다.
Tag // 착각
모든 열병은 지나가기 마련이고, 우리가 가질 수 있는 것은 한정되어 있다. 지나온 길에 발자국 하나를 더할 것이냐, 길을 지울 것이냐는 온전한 자신의 몫. 난생 처음 누군가에게 답을 구하는 어린 아이의 심정으로, 서산을 바라본다. 더딘 걸음에 그림자가 길다.
음력과 양력이 일치하는 생일, 기억에는 두 번째 맞는 생일이다. 내가 태어난 게 누군가에게 고마운 일일 수 있을까. 손끝에서 타는 담배를 보며 소멸에 대해 잠시 생각했다. 덩어리로 떨어지던 재가 바람에 폴폴 날아다녔다.
그게 얼마나 큰지 나는 몰랐다. 내가 아는 세상만 알 뿐, 그게 전부인 줄 알았다. 하긴, 한번은 올 줄 알았던 지도 모른다. 그만큼은 나도 기다렸으니까. 이제, 때를 기다리며 잔뜩 웅크린 벌레처럼, 터질지언정, 그저 꿈틀거리고만 있지는 않으리라. 누군들 알 수 있을까. 그렇게 한 세월 가고 나면, 터져서 붉게 물든 서산이 무엇을 노래하는가를.
그게 얼마나 큰지 나는 몰랐다. 내가 아는 세상만 알 뿐, 그게 전부인 줄 알았다. 하긴, 한번은 올 줄 알았던 지도 모른다. 그만큼은 나도 기다렸으니까. 이제, 때를 기다리며 잔뜩 웅크린 벌레처럼, 터질지언정, 그저 꿈틀거리고만 있지는 않으리라. 누군들 알 수 있을까. 그렇게 한 세월 가고 나면, 터져서 붉게 물든 서산이 무엇을 노래하는가를.
Tag // 생일
토요일, 맑은 가을날, 월드컵 경기장 뒤편 산을 올랐다. 여러 인연들이 모인 모임, 더러는 빠지고 더러는 그대로였으나, 빠진 자리가 커보였다. 다들 왕복 두 시간 정도 걸리는 산을 세 시간 걸려 완주했다. 0124님, 서연이, 웃음 고운 그 분, 그 분의 초등학교 동기, 이렇게 서연이의 발걸음에 맞춰 후미에 올랐는데, 산 위에는 삼십 여분 늦게 도착하였으나 아래에는 길을 잘못 든 일행들보다 오히려 일찍 도착하였다. 가파른 길도 꽤 있었는데, 그러고도 이 녀석은 힘이 남아도는지 펄펄 날아다녔다.
별 특색 없이 밋밋한 산 같으면서도 큰 산을 모양 그대로 줄여놓은 것처럼 오르내리는 재미가 있었다. 무언가는 비우고 무언가는 채운 느낌, 알 수 없는 호흡을 갖고 돌아왔다.
새벽에 깨었다가는(위의 글을 쓰고) 아침에 잠이 들고, 다시 낮잠도 곤히 잔 일요일, CGV 대구 5관에서 제8회 대구단편영화제 중 초청작2를 보았다. 락큰롤에 있어 중요한 것 세가지, 다리들, 열정 가득한 이들, Muscle Man, 프랑스 중위의 여자, 진영이. 프랑스 중위의 여자는 "햇살" 후배 백승빈 군의 한국영화아카데미 졸업작품으로 제6회 미쟝센단편영화제 공포판타지부문 최우수작품상 수상작이다. 녀석의 이미지와 중첩되는 착 가라앉은 분위기가 강렬했다. 2006년 4월 한국에 온 일본 락큰롤 밴드 '기타 울프'에 대한 다큐멘터리, 락큰롤에 있어 중요한 것 세가지가 신선했다. 그 세가지는 그들에 따르면 가오, 근성, 액션.
영화 시작 시간과 0124님을 기다리는 동안, 영화관 입구인 6층 난간에 턱을 괴고 5층 매표소에 떠다니는 사람들을 한참 바라보았다. 문득 각양각색의 발랄한 물결 속에 나 혼자만 괴리된 기분이 들었다. 익숙한 듯 그 기분이 나쁘지 않아 잠시 침잠하는 동안 뜬금없이 세상은 참 아름다운 것이라는, 그저 아무렇게나 내팽개칠 수는 없는 것이라는, 어떻게든 한번 부여잡고 싶은 어떤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를 보고 나와서는 "햇살" 후배 몇 명과 잠시 이야기 나누다가 언뜻 돌아가는 한 뒤태에 놀라 마음이 서성이기도 했다.
별 특색 없이 밋밋한 산 같으면서도 큰 산을 모양 그대로 줄여놓은 것처럼 오르내리는 재미가 있었다. 무언가는 비우고 무언가는 채운 느낌, 알 수 없는 호흡을 갖고 돌아왔다.
새벽에 깨었다가는(위의 글을 쓰고) 아침에 잠이 들고, 다시 낮잠도 곤히 잔 일요일, CGV 대구 5관에서 제8회 대구단편영화제 중 초청작2를 보았다. 락큰롤에 있어 중요한 것 세가지, 다리들, 열정 가득한 이들, Muscle Man, 프랑스 중위의 여자, 진영이. 프랑스 중위의 여자는 "햇살" 후배 백승빈 군의 한국영화아카데미 졸업작품으로 제6회 미쟝센단편영화제 공포판타지부문 최우수작품상 수상작이다. 녀석의 이미지와 중첩되는 착 가라앉은 분위기가 강렬했다. 2006년 4월 한국에 온 일본 락큰롤 밴드 '기타 울프'에 대한 다큐멘터리, 락큰롤에 있어 중요한 것 세가지가 신선했다. 그 세가지는 그들에 따르면 가오, 근성, 액션.
영화 시작 시간과 0124님을 기다리는 동안, 영화관 입구인 6층 난간에 턱을 괴고 5층 매표소에 떠다니는 사람들을 한참 바라보았다. 문득 각양각색의 발랄한 물결 속에 나 혼자만 괴리된 기분이 들었다. 익숙한 듯 그 기분이 나쁘지 않아 잠시 침잠하는 동안 뜬금없이 세상은 참 아름다운 것이라는, 그저 아무렇게나 내팽개칠 수는 없는 것이라는, 어떻게든 한번 부여잡고 싶은 어떤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를 보고 나와서는 "햇살" 후배 몇 명과 잠시 이야기 나누다가 언뜻 돌아가는 한 뒤태에 놀라 마음이 서성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