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가고 있다. 어느 마음처럼, 짧은 매미의 일생처럼 덧없이 가고 있다. 며칠 아이의 생애와 나의 어린 날을 생각했다. 만남과 인연에 대해, 남은 날들에 대해 오래 돌아보았다. 어제는 바짝 마른 하늘에 천둥이 꼭 그렇게 울었다. 제 덩치의 몇 백배 되는 꽃매미 사체를 끌고 가던 개미와 음악당의 뜨거운 백색 시멘트 벽에 껍질로만 남은 달팽이를 떠올렸다. 거기 노랗게 피었던 개나리 무리가 하얗게 질려 있었다. 여름이 가고 있었고, 앞날을 예감한 듯 저마다 하던 일을 멈추기도 하였다. 봄이나 겨울 따위 더는 모를 일이었다.
몸에서 살 썩는 냄새가 난다. 알코올을 그리 들이부었건만. 그래, 이대로가 좋은 거다. 아쉬움도 그대로 두고, 그리움도 접어 두고.
다음은 최하림의 나는 뭐라 말해야 할까요? 전문.
우리는 많은 길을 걸었습니다 아침이면 등산화 끈을 질끈 조여매고, 여름 햇살을 등지고 월령산을 넘어 꽃무덤에 이른 때도 있었고, 덕유산 아래 갈마동에서 눈이 내리는 저녁을 보는 때도 있었습니다 12월이 지나고 1월이 오면 중북부 지방에는 복수초들이 눈 속에 솟아오른다지만, 우리는 겨울 내내 방 안에 박혀 티브이만 보았습니다 다시 봄이 다가와 돌담 아래 민들레꽃이 피어날 때에야 간신히 골목을 빠져나와 실크 머플러와도 같은 햇빛을 목에 두르고 길을 나섰습니다 우리는 강둑으로 갔습니다 우리는 물이거나 바람이거나 햇빛처럼 반짝였습니다 우리 몸에서는 수많은 모세 혈관들이 입을 열고 햇빛을 내뿜고 있었습니다 버들강생이들도 입을 열었습니다 순간 폭포수와도 같은 소용돌이가 일었습니다 어떤 것도 정지하거나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웬일일까요? 나는 이 변화를 뭐라 말해야 할까요? 내가 발을 멈추고 머뭇거리고 있는 사이, 나는 뒤돌아볼 틈이 없습니다 내가 뒤돌아보며 감정의 굽이를 돌아갈 때, 그대 모습은 사라지고, 나도 사라져버리고 맙니다